곽경택감독의 '미운오리새끼'를 봤다
참 오랫만에 개봉하기를 기다리고 영화관에서 보고싶었던 영화.
처음엔 미친듯이 웃었고 다음엔 등골이 서늘해졌고 마지막엔 눈물이 났다.
국가폭력, 그리고 군대 또 인간에 내재된 가학성...
정신과 분석을 받으면서 새삼 확인한거지만 사야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폭력이다
물리적 폭력만이 아닌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강요된 상황.
17년을 '여권의 힘'(?)으로 살았으니 결국 사야는 이 나라 누구보다 국가권력의 비호를 받은 셈이다
그리고 여기 여러번 썼다만 나라가 있다는 걸 매 순간 절절히 느끼며 산 인간이기도 하다.
(물론 그 오랜 세월 그 생활이 서럽지 않았던 건, 내 나라의 국력이 아니라 전 남편 나라의 국력이었다는 게 서글프긴 하다만..)
어쨌든 국가는 내게 무엇이라도 할 수있는 힘, 공권력이란 걸 가졌다.
요즘 사형제문제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뭐가 옳고 아니고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우리에게 합당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 수 있을만큼의 토론이 진행되면 좋겠다.
유감스럽게도(?) 사야는 단돈 만오천원이긴해도 매달 엠네스티에 기부를 하고 있으며 가뭄에 콩나듯이긴해도 탄원엽서같은 것을 외국으로 보내기도 한다
문제는 그런 사야조차도 사형집행제도에 대해 백프로 반대하지 못한다는 거다.
이성은, 그건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폭력이라고 외치는데 가끔씩 감정이 그런 내 이성을 방해하곤한다.
인권이라는 것, 과연 그게 뭘까
아니 사람답게 산다는 건 뭘 의미하는 걸까
나를 낳아준 엄마에게 조차 사람취급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야에겐
그리고 스스로도 다른 이에게 그게 어떤 의미이건 수많은 폭력을 행사했던 사야에겐,
인권이며 사람답게 산다는 말, 그 모두 때론 우습다
결론은 사형집행제도에 반대한다는 거다. 아니 반대해야한다는 거다
사형집행제도를 찬성하는 사람들에게 비겁하게 군중속에서 돌을 던지는 자가 아닌 이상
과연 직접 그 사형집행인이 될 자신이 있는가, 묻고싶다
물론 유가족이 직접 하는 그런 법같은 게 생긴다면 가능할까
그리고 그건 또 다른 상처로 남겠지..
영화하나보고 와서 말이 많았다
아니 이 넷북이 아니라 노트북이었다면 더 말이 많았을테니 차라리 다행이다
많이 살지는 않았지만, 살아보니 지옥에 사는 사람들이 미친 짓도 많이 하는 것 같더라
놀랍게도 사야는 '앞으로 평생 죽었다 깨어나도 나는 그런 일을 못 할 사람이다' 라고 말하지 못하겠다
산다는 걸 장담할 수 없다는 것, 사십오년 살면서 사야가 깨달은 딱 한가지다.
글이 넘 무거운거 같아 농담 한마디 던진다
제발 사야가 티비같은데 범죄자로 나오더라도' 그 사람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닌데요' 라는 말은 하지 말라고..^^;;
세상에 누구도 그럴려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똑같이 심은 씨도 주변의 자양분을 먹고 자라더라
막상 어떤 씨라도 땅에 뿌려보니
절대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나는 것도 아니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