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빠기일이다.
이젠 추도예배란 형식이 불편하단 이유로 집에 가지도 않았고
비가온단 이유로 그리 멀지않은 아빠산소에도 가지 않았다.
삼십년, 결코 짧지않은 세월인데 왜 아빠에 대한 기억은 손에 잡힐 듯 머무는 건지
멋진 인간임에는 분명했으나 떠도는 직업을 가지셨던 덕에 십오년 세월마저도 그리 많은 기억은 없는데..
많이 냉정해진 지금도 엄마보다 훨 가깝게 느껴지니 사람은 역시 죽은 자에게 관대한가보다.
엄마는 미운데 아빠를 생각할때마다 아빠가 온 마음으로 사랑했던 여자, 내 엄마도 당연히 생각하게 된다
장성하긴했어도 결혼도 하지 않은 자식넷을 남기고 사랑하는 남편이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버렸을 때 내 엄마의 나이는 바로 지금의 내 나이. 만으로 마흔 넷.
그 이유로 내가 엄마에게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만 이 나이가 되어보니 그녀의 행동들이 영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다.
현재 부모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살고 있으니 이런 저런 감정도 사치처럼 느껴질때도 있다만
나이 마흔다섯에 아빠 돌아가신 지 삼십년, 그리고 난 이제 엄마의 그 나이
늘 엄마보단 괜찮은 인간이 되고 싶었는데 난 지금 당시 그녀보다 나은 걸까
삼십년이면 무덤덤해질만도 하건만 아니 그래서 늘 아빠의 부재를 의식하고 사는 건 아니다만
그래도 난 아빠가 아직도 미친듯이 그립다.
그 깐깐한 모습으로 그 깐깐한 목소리로 단 한번만이라도 ' 지금 네가 생각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소리를 들어봤으면..
아빠가 지금 내 삶에서 뭘 원하시는 지는 알 수 없지만
단하나 확실한 거
당신이 사랑했던 내 엄마를 지켜주길 간절히 바라실텐데..
그래 아마 그래서인가보다
아빠가 미치도록 그리운건 아빠를 보면 그리 말할 수 있을 거 같애서
아빠 아빠마누라때문에 내가 너무 힘들어요,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