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도시인들의 신나는 축제 한마당
2006-01-15
일본미술을 전공한 미국 미술사학자가 쓴 이 책은 먼저 리뷰를 올린 '우키요에의 미'와 달리 에도시대 전반에 걸친 미술을 도시의 역동성과 연관해 서술한 에도시대 미술의 개론서라 할 수 있다.
특히 에도시대에 번성했던 교토와 도쿄 오사카와 나가사키를 중심으로 도시의 발전상황과 각 도시의 성격에 따른 미술의 특성을 분석한다.
1603년 도쿠가와 막부가 에도에 자리를 잡기전엔 그저 작은 습지대에 불과했다는 도쿄는 이 후 비약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저자는 특히 여전히 천황의 본거지였던 귀족의 전통이 살아있던 교토와 신흥세력인 도쿄와의 경쟁관계가 에도시대 일본미술의 원동력이었다고 파악하고 있다.
교토는 오랜동안 천황의 본거지로 중국의 문화영향등 세련된 문화유산이 남아 있었던데 반해 문화적 기반이 부족했던 도쿄는 초반에 그런 사치품들을 교토로 부터 수입을 했어야했다는데 '구다라나이' 라는 용어는 심지어 에도에서도 팔릴 수 없는 조잡한 물건이라는 의미였다고 하니 후반으로 가면 달라지긴 하지만 초기 수준차이는 어마어마 했나보다.
도쿄 인구가 당시 백만이라는데 프랑스파리가 인구백만이 넘어서는게 19세기 중반이었고 17세기중반에 사십만정도인데 같은 시기 오사카가 인구 사십만이었다니
삼천만명 인구중 십퍼센트가 인구 일만명 이상의 도시에 살았다니 당시 일본의 도시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또한 일본이 메이지시대에 빨리 개항을 하는 덕에 부강해 질 수 있었다는,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을 비난할때 잠시 내가 잠시 배웠던 바와는 좀 다르다.
도시문화의 특색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며 상설시장이 조성된다는 것과 극장등 함께 즐기는 문화공간이나 유흥공간이 생긴다는 거다.
당시 그 도시들에는 서민들이 즐기던 가부키극장이 네 곳씩 있었다고 하고 유곽이 발달했다는데 이 두 공간은 당시 미술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일본채색판화와 같이 다량으로 생산되는 작품들이 그렇게 발전할 수 있었다는 건 그 판화를 구입하는 대중층이 확고히 성립되어 있었다는 거고 심지어 잘 팔리는 판화는 천장을 찍었단다.
거기다 놀라운 건 그들의 인쇄문화인데 당시도 만권이상의 책이 인쇄되고 겐지모노가타리 같은 책의 삽화가 엄청난 수준이었던걸 보면 독서가 당시 신분과 성별 나이를 초월한 가장 인기있는 여가활동이었다는 것에 동감하게 된다.
17세기 거의 동시에 조선과 포르투갈 선교사들에 의해 활자인쇄술이 전해졌다고 이 책은 언급하고 있는데 어찌 그 짧은 기간안에 출판인쇄에서 그리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지금 이에나가 사부로의 일본문화사를 읽고 있는데 에도시대로 들어가면 이런 의문들이 좀 풀릴 수 있으면 좋겠다)
재밌는 건 특히 오사카의 가부키 팬클럽이 유명했는데 자신들이 좋아하는 인기배우가 시즌 첫 공연을 할때 정교한 박수기술을 개발하기도 했으며 그 배우가 좋아하는 색이나 배우의 문장이 장식된 의상을 입기도 했다니 지금 우리들이랑 다를 바가 하나 없어 웃음이 나온다.
결국 책을 읽고 극장에 가고 판화를 감상하는 두꺼운 보통사람들층이 히로시게나 호쿠사이같은 위대한 미술가를 있게 했다는 거다.
주문제작이 아닌 완결품을 내놓고 팔아야하는 입장에서 감상자의 수준이 작품을 하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고민하게 했을테니 말이다.
해외여행이 금지되기전 1639년까지 국제적인 무역항이엇던 나가사키는 여전히 국제적인 정보를 입수하는 항구도시로 인기가 있었다는데 유럽인들중 유독 네덜란드인상인들만의 입국은 허용되었단다.
거기엔 중국상인들과 조선상인들도 좀 들락거렸다는데 '가와하라 게이가'라는 화가가 그린 '조선상인' 그림 하나가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참 인상적이다. 이런 식으로 추적을 해가다보면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인 어떻게 루벤스가 한국인 의상을 입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는지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야무진 꿈을 꾸어본다.
개론서답게 언급된 분야가 많아 다 기억할 수도 내 일본문화에 대한 무지로 체계적으로 짚고 넘어갈 수도 없지만 책을 읽는동안 내가 당시 에도시대의 시민이라고 된듯한 흥미롭고 신나는 책읽기였다.
요즘은 티비를 거의 보지 않지만 이젠 시대극이나 이런 것들에 흥미를 가지고 볼 수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당시로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날아가 거리를 기웃거리며 공방도 들려보고 가부키극장에서 특별 고안된 박수도 쳐보고 그럴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