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갇힌 항아리

한 장의 스냅사진 그리고..

史野 2007. 4. 6. 14:51

 

 

내가 참 좋아하고 아끼는 사진.

 

정확히 사년 전이니까 한국나이로 서른일곱의 사야.

(겨우 4년 전인데 지금이랑 비교 피부 겁나게 좋네..^^;;)

 

시부모님이 홍콩에 오셨을 때 우리동네인 폭푸람에서 피크까지 등산(?)을 하고는 피크에 있는 야외레스토랑에서 찍힌 사진이다.

 

시어머니가 스냅사진찍는 걸 워낙 좋아하시는지라 사진을 받으면 저게 뭐하는 건지 궁금할 때가 있는 데 이 사진이 그랬다.

 

저 진지한 표정.

 

도대체 레스토랑에서 뭘 하는 걸까 고민해보니 메뉴판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_-

 

 

이 사진을 찍은 그녀, 내 시어머니는 요즘 아주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녀의 사진이 아닌 저 사진을 통해, 내 모습을 바라보고 셧터를 누르던 그녀를 상상하려 애쓰고 있다.

 

그녀의 옆에 앉아있던 그의 모습까지 함께..

 

 

2007년은 그녀와 그가 약혼한지 오십 년이 되는 해.

 

그의 不在가 결코 간단할리 없다.

 

이제 곧 부활절

 

그가 떠난 후 첫 부활절.

 

 

가끔씩 우리는 웃으면서 통화를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녀에게 화가 나있고

그녀를 진심으로 용서하지 못했다.

 

 

이제 그만 받아들여야하는 데

 

그녀가 나보다 더 고통스러운데.

 

인간이 인간에게 실망을 한다는 건

 

생각외로 큰 상처로 남는다.

 

 

聖금요일

오늘은 나도 그녀의 神께

기도가 필요한 날..

 

 

 

 

 

2007.04.06 Tokyo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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