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사야가 열 이빠이 받았다..ㅜㅜ

史野 2007. 4. 5. 12:05

단도직입적으로 우리 아파트 월세 드럽게 비싸다.

 

물론 회사가 대부분을 부담하지만 한국과 달리 우리가 부담하는 월세도 꽤 많다.

 

뭐 우리아파트 안에서만도 다 평수가 달라 훨씬 더 비싼 아파트가 많다만 그래도 사실 욕나오는 가격이다. 상해와서부터 그러니까 동양에 살면서부터 황당한 월세에 가슴이 답답하지만 이것도 익숙해진다고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한다.

 

그러다보니 여기 사는 일본인들은 다 진짜 부자고 우리같이 주재원들은 다 가난하고 그렇다..^^;;

 

그래 서양인들은 다 뚜벅이로 현관으로 출입하고 일본인들은 포르쉐 이런거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출입한다..ㅎㅎ(아 물론 이리스네 처럼 BMW 회사에 다니는 애들 빼고. 여기 BMW직원들도 꽤 산다)

 

주차장도 쓸거면 돈내라고 해서 주차장비때문에 차 못사고..ㅎㅎ 창고도 빌리려면 돈내라고 해서 돈 낸다니까 그것도 우리층인 18층이 아니라 15층에 자리가 있다고 해서 엄청 불편. 

 

어쨌든 이 놈의 아파트 시내에 있는데다 24시간 프론트 서비스에 우리로선 회원권을 엄두도 못 낼 고급 헬스장까지 실비로 이용할 수 있기에 그냥 산다.

 

사실 서비스도 좋은 편인데 두 달에 한 번 유리창도 안에까지 닦아주고 에어컨 필터도 자주 갈아주고 쓰레기버리는 곳도 같은 층에 있어서 아무때나 버릴 수 있는 등 월세값을 하긴 한다.

 

14층까지는 서비스아파트인데다 매리어트호텔과 제휴관리 이런거라서 스태프들이 전반적으로 영어도 잘하고 도어맨도 있다. 심지어 전구도 전화하면 당장와서 갈아준다. 

 

웃기는 건 고급아파트라 스태프들도 다 고급에 부자들인지 내가 하네다 공항 어떻게 가냐니까 택시타고 가면 된단다. 택시타면 오만원도 넘게 나온다..-_-

 

내가 택시타고 갈거면 어떻게 가냐고 왜 물어보냐?

 

워낙 까다롭게 굴어서 황당할 때도 있고(예를 들어 집에서 신발을 신지 말라는 둥 그림을 다섯개 이상 못 건다는 둥.신발도 그렇다 집이 나무라서 그렇다는데 아일랜드부터 다 나무바닥에 살았지만 신발신지 말라는 데 처음봤다..ㅜㅜ) 지진에 대비해서 물이 필요하다고 물 한 병 나눠주는 웃기지도 않는 일도 한다. (2리터짜리 물 한병으로 어쩌라는 건지)  

 

어쨌든 댓글엔가 썼었지만 세탁기가 문제가 되었다. 이런 고급아파트치곤 참 그지같은 세탁기가 들어있어서 의아했는데 그 세탁기가 세탁을 마치면 소리가 난다. 소리도 엄청 시끄러운데 그게 지맘대로 삼십초 울렸다 삼분 울렸다 난리다.

 

나야 워낙 컴플레인을 안하는 성격이라 (정말 우리같이 조용한 거주자가 없다) 그냥 살았는데 아마 옆집에서 컴플레인이 들어갔나보다.

 

그래 몇 주전에 아파트 자체 기술자가 와서 체크를 했는데 (여긴 지진때문에 에레베이터가 멈춰도 자제기술자가 해결한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거다. 그래서 세탁기회사의 전문가가 또 왔다. 한시간인가 생난리를 치고는 이상이 없다니 왕 황당.

 

내가 그럼 아예 소리를 없애달라니까 가능한데 그럼 우리가 돈을 내야한다는 거다. 한 십만원 이랬으면 냈을텐데 삼십만원인가를 내야한다나? 아니 내가 총맞았냐? 우리 세탁기도 아니고 지네 문제지 그 돈을 왜 내냐? 그래 관두라고 했다. 지네가 이상없다니 내 알바 아니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 주에 아니라고 세탁기에 문제가 있다고 오분이 울린다나 뭐라나( 아니 감시카메라에 동영상까지 녹음하냐 그건 또 어떻게 알았냐) 그래 또 전문가(!) 들이 와야한다고 시간약속을 잡아달라는 거다.

 

그게 어제다. 나는 그냥 나갈려고 했는데 울 신랑 아파트직원들도 아닌데 있으라길래 생각해보니 또 기분도 좀 찜찜해서 있었다. 두 명이나 나타나서는 한시간 반인가를 걸쳐 뭔가 열심히 하더라.

 

그리곤 다 되었다고 이상없다고 하고 갔다.

 

문제는 오늘 운동복이 하나도 없길래 일찍 빨래를 돌렸더니 신랑 나갈때 쯤 의례 그 요란한 소리가 났다 멈추더라. 그래 신랑이랑 저게 문제 없는 거 맞는거지? 하며 웃었다.

 

또 흰빨래들을 돌려놓고는 운동가서 한시간 트레이닝 받고 삼십분동안 오랫만에 또 달리고는 기분 엄청 좋아 내려왔는데 문을 열기전 부터 나는 세탁기 소리.

 

설마했는데 내가 문열고 신발벗고 우리 집의 긴 복도를 거쳐 세탁기가 있는 부엌의 구석으로 걸어갈 때까지도 소리가 안 끝났더라는 것.

 

어찌나 승질이 나던지 땀에 절은 모습 그대로 내려가서는 마구 쏟아부었다. 도대체 세 번이나 와서 뭘 한거냐고. 어제는 뭐 스페셜리스트? 인지 뭐시긴지까지 와서 두 시간 가까이 뭘 고쳤다는거냐고 말이다.

 

아니 세탁기가 무슨 우주왕복 로케트라도 되냐? 다른 나라도 아니고 꼼꼼하고 기계 잘만들고 어쩌고 하는 나라에서 뭐하는 거냐고??? (아 이 말은 안했다..ㅎㅎ)

 

어쨌든 다시 세탁기회사랑 전화를 해서 어쩌고 시간을 내주시면 오겠다나. 그래 이거 마지막 기회다. 더이상은 없다. 여기 이사와서 처음으로 화를 버럭버럭 내고 올라왔다. 그것도 나는 시간없으니까 내일 청소하시는 분들 오는 시간 이용해서 고쳐놓던지 하라고 했다

 

독일살때 빼고는 늘 부엌이 딸린 집만 돌아다니며 살았어도 이런 일은 처음이다. 상해에서는 세탁기에 문제가 생기니까 집주인이 와서 당장 새걸로 바꿔주더라.

 

그런데 뭐 소리없애줄테니 돈을 내라고?

 

내일 와서 못 고쳐놓으면 너희는 앞으로 우리 세탁기 절대 못 만진다. 오분이 아니라 십분이 울려대도 내가 세탁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나가거나 그런 일은 절대 안한다. 옆집 애가 울건 온 아파트가 컴플레인을 하건 내 알바 아니다.

 

정말 십년동안 독일창고에 썪고 있는 우리 미니세탁기가 다 그립다..ㅜㅜ

 

 

 

 

 

2007.04.05. Tokyo에서..사야

 

 

현재 시간 다섯시 삼십분

 

프론트데스크에서 전화왔다.

 

내일 내가 말했던 그 시간에 와서 세탁기를 아예 바꿔주겠단다.

 

똑같은 회사 제품이라면 굳이 안 바꿔줘도 되는데 차라리 지들이 삼십만원인지 내고 소리를 없애주는 게 훨씬 나은데 황당한 해결이다.

 

어쨌든 화 한 번 내줘야 이런 획기적인 해결이 나오는 건지 씁쓸하네..

 

난 웃고 살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