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진첩을 들춰보니
자 그럼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딱 한 분인데..ㅎㅎ) 그때 그 시절 사진들을 공개해보기로 하겠습니다
도저히 제가 사진을 사진찍는 일에 서툴러서 영 보기가 그렇긴 하지만 정성을 생각해서 즐감해 주시옵소서..^^
우선 이야기했던 고2 7명 단짝 친구들입니다. 아직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인 21년전 학교교정에서 사진을 찍자고 하루 날 잡고 갔더랬죠. 저 누군지 아시죠? 맨왼쪽인데 엄청 성숙해보이는군요..ㅎㅎ
바보같이 모니터 앞에 놓고 찍었더니 이 모양이 되었습니다만 바로 1987년 겨울 여행의 그 때!!!! 태종대에서 입니다. 눈이 왔기에 일월에 간줄 알았는데 2월 2일에서 4일까지더군요.
글고 사진이 이상하게 되어버렸는데..ㅎㅎ 제가 너무나 좋아하던 투피스입니다 오렌지색인데다 저 언밸런스의 디자인을 보십시오. 문제는 소재가 마라서 잘 다려입고 나가도 만원버스에 탔다 내리면 꼴이 말이 아니었죠..ㅎㅎ
얼굴이 하도 웃기게 나와서 자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만..ㅎㅎ 저 하얀고리바지가 당시 유행하던 건데 요즘으로 말하면 스키니진이라고 할까요? 스타킹이랑 비슷한 분위기 (여기 들어오시는 분들 나이를 볼때 당시를 생각해보시면 기억나시는 분들 많을 겁니다..^^)
어느 날 제가 저 옷을 입고 학교를 갔다 명동에서 약속이 있어서 나갈려는데 과애들이 다 언니 너무 야하다고..ㅜㅜ (제가 휴학을 했었기에 같이 배우던 애들은 다 일년후배였습니다) 제가 원래 남의 말에 신경 안쓰지만 단체로 그러니 자꾸 신경이 쓰이지 뭐겠습니까?
그래 제가 어쨌겠습니까?
무릎부분부터 아래를 가위로 잘라입고 나갔습니다..하.하.하
결과물이 이겁니다. 이렇게 되어버렸지요..ㅎㅎㅎ 이건 무창포인데 왕날씬이죠? 요즘은 귀걸이를 전혀 안하는데 저 귀걸이 엄청 크네요..^^;;
이 사진을 올렸었던 거 같은데 아닌가요? 속초 연금정입니다.. 저 늘씬한 각선미..ㅎㅎ
모든 사진이 그렇듯이 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마련인데 저 사진도 그렇답니다. 보이시는 지 모르겠는데 제가 저 파란 바다를 노란색과 녹색을 섞어 칠하고 있었는데요 그때 아그들을 끌고 나타난 무신 학원 선생님같은 남자.
얘들아 이 그림에서 뭐가 틀렸지? 자 바다를 보고 이야기해봐요.
(애들 합창으로) 바다색이 이상해요~~~~
그 웃기는 선생, 그렇지 그림을 저렇게 그리면 안돼요..ㅎㅎㅎ
귀엽지 않나요? ㅎㅎ
글고 저 짧은 바지..ㅎㅎ 저때 저렇게 짧은 바지 입고 다니는 사람 아무도 없었는데요. 어느 날 저 옆에 있는 남자친구랑 명동에 나갔다 와서 엄청 싸웠습니다. 다 절 쳐다봐서 너무 창피했다나요? ㅜㅜ
아 그건그렇고 저 파란 시계. 오빠가 첫 일본출장에서 사다준 베네통시계입니다.
그때는 베네통이 뭔지도 몰랐을땐데 어쨌든 엄청 눈에 띄는 색이라 제가 너무 이뻐라 했죠. 울 오빠의 안목을 다시 본 계기였답니다..ㅎㅎ
이 애들은 중1때 친구들입니다 우연히도 그때도 7명이 단짝이었는데요 저 가운데 계신 분이 담임선생님이십니다. 저희 대학1학년때 미국으로 이민가셨는데 나오셨다고 해서 모였지요.
저 분은 제가 가는 곳마다 친정에 전화해서 전화번호 알아보고 전화해주시는 고마운 선생님이신데요. 요즘은 하도 교회다니라고 하셔서 제가 차마 전화를 못 드립니다..흑흑
아 애엄마는 대학교때 사고치고 결혼해서..ㅎㅎ 그러고보니 저 애가 올해 고3이 됩니다..^^ 글고 여섯인 이유는 하나가 저때부터 잘 안나오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저희랑 신분을 달리하고 잘나가는 사모님이 되어버렸습니다..^^;;
여기까지가 대학생때인데 그때 대학생들은 왜그렇게도 정장을 좋아했는지..ㅎㅎ
이건 드디어 신랑을 알고 나서인 92년 여름입니다. 저 끈 윗도리를 지금이야 다 입지만 그때는 저같은 애도 한국에선 입을 용기를 못내다가 독일갔을 때 잽싸게 입었습니다..하.하.하
이건 보너스..ㅎㅎ 내 남자도 저땐 진짜 날씬했군요..^^
2007.01.06 Tokyo에서 사야
저 부산여행사진이 확대사진인데 그 뒤에 저 글이 적혀있는 걸 다시 봤다. 오래된 사진을 볼 일이 없으니까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어찌나 놀랬는지. 저 반바지로 싸웠다는 남자친구다.
고1때부터 지겹도록 쫓아다니고 내가 남자친구가 있거나 말거나 난 너랑 꼭 결혼한다는 완전 무대뽀스타일이라 진짜 많이 싸웠는데 어떻게 이렇게 존재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는지. 내가 만난 남자중 가장 잘생긴 남자였는데..^^
어쨌든 내용을 읽어보니 내가 잠 못자고 그렇게 괴로와하는동안 자긴 잠만 잘잤다고 그러고도 사랑한다고 할 자격이 있나 어쩌고 하는 글을 보니 괜히 짠하다...
서울은 눈이 내린다는데 동경은 비가 내리고 오래된 사진첩을 들춰보다보니 밀려오는 추억들로 어지러운 오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