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京物語

잠수보고서2

史野 2004. 7. 3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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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gall, The burning house(The flying carriage). 1913. Guggenheim collection.

 

그녀가 왔다갔다.

 

나는 그녀를 나를 가장 암울하게 했던 첫 직장에서 만났다.

지금도 상처가 다 회복되지 않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멘트바닥을 구르며 울어야했던 시간들..

내 인생에서 암울했던 시기는 많았지만 그때만큼 암울했을까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셔도 잠을 이룰 수 없었고 도저히 남은 삶을 견뎌낼 것 같지 않던 처절하고 절망적이던 시간들...

그래서 상처받고 제 상처를 못이겨 남에게 상처주고..

옳고 그르고를 떠나 절망적인 순간 무조건 내 편이 되어 내 얘기를 들어 주던 사람..

그때 그녀가 없었다면 내가 그 시간을 견뎌낼수 있었을까?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아무리 개판을 쳐도 늘 당신은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해주기때문이다...^^

10년도 훨 지난 지금도 그녀는 그때와 똑같은 목소리로 당신은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해준다.

그래서 난 그녀만 만나면 내가 정말 괜찮은 사람인거 같아 기분이 좋다.ㅎㅎ

문제는 진짜 괜찮은줄 알고 우쭐해하며 잘난척을 해대고 그녀는 늘 넉넉한 미소로 또 맞장구를 쳐준다..-_-;;

 

그리고 그녀는 내게 책을 잘 사준다. 미리 자랑도 했지만 그녀는 총 24권의 책을 들고 우리집에 나타났다...^---^

거기다 마침 내 남자의 생일이 들어있어 선물을 사오겠다는 그녀.

마른오징어에 목숨거는(?) 특이한 서양남자인 내 남자를 위해 늘 그녀는 오징어 20마리를 들고 나타나는데...
그게 선물이지 뭐냐고 했더니 마흔마리나(!) 들고 나타났다.

누가 오징어매니아아니랄까봐 맛있어야먹는 웬수인데 입에 맞는 다니 다행..ㅎㅎ

 

아 물론 내 남자도 그녀를 아주 좋아한다..(이러고보니 울부부가 넘 물질에 약한거 같기도 하고 또 동일품종으로 내 선물이 갯수에서 밀린다는 생각이..흐흐)

 

어쨋든 우리는 물만난 고기가 되어 밥먹는 것도 잊을 정도로 끊도없이 얘기를 풀어내고도 그 끝을 보지 못했다.

그러느라 많은 것을 보여주진 못했는데도 편안하고 좋았다고  말해준 그녀가 고맙다.

 

거의 고기공과 바로전 다녔던 곳이라 그녀는 미안해했지만 가는 곳의 느낌이 늘 같지는 않는 법, 새로왔던 몇 가지 인상을 얘기해보련다.

 

남편도 함께 보고 싶어해서 금요일엔 모리미술관이 밤 12시까지 하는지라 밤에 올라갔는데(물론 내 남자는 9시에 전화를 했는데도 바쁘다고 못왔지만..ㅜㅜ)
금요일밤에 얘네들은 왜 미술관을 오는거지? ㅎㅎ
역시나 남녀노소 인종을 불문하고 그 늦은 시간 참 진지하게도 작품들을 감상하는데 또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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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니 11시가 넘은 시간..롯뽕기 노천카페에 앉았더니 분위기가 기껏 일곱시 정도가 아닐까 싶더라.

시간이 멈춘거 같다는 그녀와 그렇게 분위기에 젖어 맥주마시며 얘기하다보니 새 벽 두시가 넘은 시간.

 

대충 파장분위기인거 같아 우리도 일어서는데 마침 밝아오는 그 날은 내 남자의 생일..

그래 꽃이랑 샴페인이라도 사들고 가려고 그 근처24시간 슈퍼를 향해 걸어가다보니 그 시간에 서점이 열려있고 몇 명 책고르는 사람과 그 옆 스타벅스 노천테이블에는 거의 삼십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거다..-_-;;

그것도 술에 취한 사람들도 아니고 저녁무렵처럼 어찌나들 편히 앉아 커피를 마시며 밤을 즐기고 있던지.

 

진짜 시간이 정지되어버린 걸까..

새벽 두시반에 꽃과 샴페인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며 별세계를 다녀온 듯한 환상적인 기분이었다면 상상이 가려나..

 

거기다 토요일에 남편도 함께 갔던 우에노공원엔 축제인지 유가다를 입은 남녀들이 참 많았는데 특히 젊은 남자애들이 예상외로 많이 입은 거였다.

머리를 오렌지색으로 물들인 남자애까지 유가다를 입었는데 어찌나 그 모습이 신선하던지 시각적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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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히비야공원을 거쳐 시내로 진출을 하는데 거기도 소형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저런 모습에 몇은 게다까지 신고 어찌나 신나게 몸을 흔들며 악기들을 불어대고 드럼을 두들겨대는지 또 한 번 시각적 충격..^^

 

내가 좋아하는 시부야의 문화촌이라는 공간을 보여주러 갔다가 함께 본 구겐하임콜렉션전.

역시나 또 방대한 양과 좋은 작품들이 많던지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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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깨먹은 남편커피잔 하나 저 뒤 피카소그림 들어간걸로 사고 건물안인데 하늘이 뚫려있어 비오는 곳에서 분위기있게 맥주 마시고 식사도 하고..

 

사진은 도저히 사십대중반이라는 나이가 믿어지지않는 남편표현대로 만날때마다 젊어지는 아름다운 그녀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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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쿠라 여기선 고기공과도 식사를 했는데 생선위에 놓여진 저 이삭튀긴것을 보며 그런 아이디어 하나 하나에 놀랍고 왠지 먹기 미안해지는 기분이다..^^

 

현대사가 씌여지고 있는 사건의 현장인 야스쿠니신사를 보러가는 길..

지난 번엔 다른 길로 가서 몰랐는데 고서점이 가득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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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서점이라는 오래된 약파서점에 들어갔다가 나도 읽지 않은 삼국사기 완역을 보고 놀라 부끄러운 내 모습을 오래 기억하고자 사진한 장 찍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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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점들이 어찌나 책보관 상태도 좋고 멋지던지 거기 깍두기로 끼어있던 붓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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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압적인 분위기인 야스쿠니 신사 입구..

실제 운치있는 곳인데 도저히 그냥 즐길 수 만은 없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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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남편이랑 갔을때보다는 한국인인 그녀와는 이 옆에 앉아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마음쓰리는 얘기들을 좀 나누었다.

 

황궁을 돌아 집으로 오며 그녀는 동경의 깔끔함과 나무 많음과 나무의 싱싱함에, 우리 집 베란다 청소하는거 못봤지만 먼지 하나 없음에 감탄한다..

아래는 고기공이 찍은 모든 손님들과의 역사가(?) 이루어지는 그 청소안하는 우리집 발코니..^^

 

 


2004.07.30 東京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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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인사드리다보니 말이 길어졌습니다.

모마전을 두번이나 다녀오고 구겐하임전시회까지 다녀와 그림얘기를 올리고 싶었으나 너무 많은 작품들을 보고 와서인지 정리가 되질 않네요.

 

오늘아침 남편에게 모마는 이제 되었고 나중에 구겐하임이나 같이 가자이랬더니 자기도 꼭 보고 싶다고 오늘 밤엔 나오겠답니다..-_-;;

가자는데 뭐 제가 매정하게 거절하겠습니까? 그래서 또 갑니다..하하하

뭔가 필이 오는걸 골라서 빨리 올리겠습니다 그런관계로 이번엔 업데이트멜 안보냈구요.

 

한국 진짜 덥다는데 모두 잘 이겨내고 계시는지요?

건강한 여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