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찍었다..ㅎㅎ
원래 이 영화엔 두 명의 배우가 출현할 예정이었으나 남자배우가 개런티가 아닌 장소의 협소함을 핑계로 정중히 거절하는 바람에 여배우만 출현하게 되었다..ㅎㅎ
아메리칸 뷰티였나
가득한 붉은 꽃잎이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는데 나도 뭐 그 비슷한 장면을 연출해보는 영광을..^^
어찌나 쑥쓰럽던지 한 열장은 찍은 사진에서 겨우 저거하나 건지긴 했어도 말이다.
등급심사상 동영상이 아닌 스틸사진인게 뭐 관객에 대한 배려라면 배려다..흐흐
짐작하셨다시피 저 꽃잎은 하트꽃잎이다.
다른 꽃다발이라면 시들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았겠지만 저게 뭔가
붉은 장미로 만들어진 심장.. 바로 남편을 향한 내 사랑의 심볼이 아닌던가.
몇 일전 조금씩 변해가는 하트를 바라보다 그런 내 사랑이 차마 시들어가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곤 생각해낸 재활용방법이 장미목욕이었다.
그런데 그 맘을 모르고 거절을 하다니..^^;;
물론 아줌마다운 알뜰함으로 목욕탕 물을 데워(우리 집 욕조는 물을 다시 데울 수가 있다) 다시 한 번 쓰는 만행(?)을 저지르긴 했어도 장미꽃잎의 그 부드러운 느낌과 싱그러운 향이 주는 호사스러움은 아마 내 인생 최고의 사치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황홀했다.
나는 이상하게도 마사지를 받는다던지 하는게 무진장 사치로 느껴지는 사람이다.
헬스클럽옆에는 마사지실도 있는데 다들 내게 가봤냐고 묻지만 그렇게 올라가면서도 단 한 번도 기웃거려본 적이 없다.
얼굴마사지는 결혼식전에 받아본게 유일하고 (아 그렇다고 내가 마사지를 전혀 안 할만큼 게으른 여자라는 건 아니고..ㅎㅎ) 전신마사지도 신혼여행에서 단체로 한 번, 그 싸고 흔한 발맛사지마저도 상해에 그렇게 살면서도 받아보지 않다가 계림여행가서 그것도 거의 끌려가서 받은게 전부니 말이다.
그러니까 이건 어쩜 가격의 문제라기 보다 관념의 문제인거 같다.
사실 그게 맞는 말인게 나는 예전에도 목욕탕에서 단 한 번도 때밀이에게 내 몸을 맡겨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이영희선생의 동굴속의 독백을 읽다 선생이 출소후 부산인가 어딘가를 가서 때를 밀게했다는 얘기에 순간 좀 놀랐다.
그리 비싼것도 아니고 넘 힘들면 그럴 수도 있는데 그냥 나란 인간이 무수리과다 보니 그런것에 익숙하지 않고 뭔가 아주 대단한 것처럼 여겨진다고 할까.
보통은 욕조에 앉아 책을 읽는게 내 습관인데.
장미향 가득한 적당한 온도의 물에 몸을 담그고 그냥 적포도주 한 잔을 마시며
가끔은 인생에서 자신에게 이런 호사를 선물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거보니
나도 이젠 정말 나이가 들어가나보다.
2005.07.29 東京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