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영화 찍었다..ㅎㅎ

史野 2005. 7. 29. 21:20

 

 

 

 

 

원래 영화엔 명의 배우가 출현할 예정이었으나 남자배우가 개런티가 아닌 장소의 협소함을 핑계로 정중히 거절하는 바람에 여배우만 출현하게 되었다..ㅎㅎ

 

아메리칸 뷰티였나

가득한 붉은 꽃잎이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는데 나도 비슷한 장면을 연출해보는 영광을..^^

 

어찌나 쑥쓰럽던지 열장은 찍은 사진에서 겨우 저거하나 건지긴 했어도 말이다.

 

등급심사상 동영상이 아닌 스틸사진인게 관객에 대한 배려라면 배려다..흐흐

 

 

짐작하셨다시피 꽃잎은 하트꽃잎이다.

 

다른 꽃다발이라면 시들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았겠지만 저게 뭔가

 

붉은 장미로 만들어진 심장.. 바로 남편을 향한 사랑의 심볼이 아닌던가.

 

일전 조금씩 변해가는  하트를 바라보다 그런 사랑이 차마 시들어가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곤  생각해낸 재활용방법이 장미목욕이었다.

 

그런데 맘을 모르고 거절을 하다니..^^;;

 

 

물론 아줌마다운 알뜰함으로 목욕탕 물을 데워(우리 욕조는 물을 다시 데울 수가 있다) 다시 쓰는 만행(?) 저지르긴 했어도 장미꽃잎의 부드러운 느낌과 싱그러운 향이 주는 호사스러움은 아마 인생 최고의 사치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황홀했다.

 

 

나는 이상하게도 마사지를 받는다던지 하는게 무진장 사치로 느껴지는 사람이다.

 

헬스클럽옆에는 마사지실도 있는데 다들 내게 가봤냐고 묻지만 그렇게 올라가면서도 번도 기웃거려본 적이 없다.

 

얼굴마사지는 결혼식전에 받아본게 유일하고 ( 그렇다고 내가 마사지를 전혀 할만큼 게으른 여자라는 아니고..ㅎㅎ)  전신마사지도 신혼여행에서 단체로 , 싸고 흔한 발맛사지마저도  상해에 그렇게 살면서도 받아보지 않다가 계림여행가서 그것도 거의 끌려가서 받은게 전부니 말이다.

 

그러니까 이건 어쩜 가격의 문제라기 보다 관념의 문제인거 같다.

 

 

사실 그게 맞는 말인게 나는 예전에도 목욕탕에서 번도 때밀이에게 몸을 맡겨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이영희선생의 동굴속의 독백을 읽다 선생이 출소후 부산인가 어딘가를 가서 때를 밀게했다는 얘기에 순간 놀랐다.

 

그리 비싼것도 아니고 힘들면 그럴 수도 있는데 그냥 나란 인간이 무수리과다 보니 그런것에 익숙하지 않고 뭔가 아주 대단한 것처럼 여겨진다고 할까.

 

 

보통은 욕조에 앉아 책을 읽는게 습관인데.

 

장미향 가득한 적당한 온도의 물에 몸을 담그고 그냥 적포도주 잔을 마시며

가끔은 인생에서 자신에게 이런 호사를 선물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거보니

나도 이젠 정말 나이가 들어가나보다.

 

 

 

 

 

 

 

 

2005.07.29 東京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