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영화

어프렌티스라는 트럼프 관련 영화가 있길래 봤는데 영화 보고 기분이 나쁜 거 참 오랜만이다
영화가 얼마나 팩트를 기반으로 한 건 지는 모르겠지만 트럼프제국을 완성해 가는 젊은 트럼프는 도저히 정이 안 가는 인물이었다
이 영화의 의도였겠지만 한 인간의 성공신화는 보통은 감동적인 데 여기엔 그런 게 없다
트럼프는 말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는데 킬러 아니면 루저라고
생각해 보니 지금 트럼프가 미쳐 날뛰는 건 너무 당연하다
본인의 신념으로 팔십 년 가까이 살았는 데 성공했으니 굳이 반추하거나 본인의 노선을 수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실패를 절대 인정하지 말라던데 선거에 지고도 그리 당당하게 이긴 거라고 우긴 것도 같은 맥락이고 말이다
돈도 벌었고 여자도 충분히 가졌고 대통령도 되었고 뺏긴 선거였다는 자신의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다시 대통령이 되었다
미국은 앵글로 색슨족이 성골이라던데 이류취급을 받는 독일이민자의 후손이 원하는 걸 다 얻었다
물론 흑인이 결코 백인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와이프 셋 중 둘이 동유럽출신 모델인 것도 그렇고 그게 꼭 진정한 주류편입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도 말이다
이방카 트럼프가 하도 설치고 다녀 아버지를 닮았구나 했었는데 영화에서 보니 엄마도 보통내기는 아니더라
궁금해 찾아보니 결혼을 네 번 했는데 육십에 한 마지막 남편은 스무 살 이상 연하다
남편보다도 더 능력자였다고 해야 할까
트럼프가 예측불허의 인간인 줄은 알았는데 땅따먹기까지 시도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무리 그가 부동산업자였더라도 말이다
영화에서도 나오던데 Make America great again 이 영토확장을 의미할 줄이야
백번양보해서 파나마운하나 그린란드는 그렇다고 쳐도 캐나다운운까지는 기상천외하단 생각밖에 안 든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24시간 안에 종식시킨다길래 해외전쟁 지원 안 하고 폐쇄정책을 쓸 줄 알았더니 반대로 팽창을 꿈꾸고 있었다니
늘 푸틴을 칭찬하던데 푸틴이 부러웠던 걸까
하도 황당해서 멍하다가 전 세계를 훑어봤는데 멀쩡한 지도자가 정말 단 하나도 안 보인다
일론 머스크를 실제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분께서는 독일의 유일한 희망(save Germany 라더라)이라며 극우정당을 지지하시니 그분의 앞으로의 행보도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다른 나라보다는 여전히 휴전 중이고 주변영향에 취약한 이 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게 참 불안하다
성조기까지 흔들며 데모하시는 분들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기대하시는 걸까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다

어제는 영화도 그랬지만 새끼냥이 한 마리가 죽은 걸 발견했는데 땅이 얼어 묻어주지도 못하고 맘 아프고 우울했었다
뉴스에서는 무슨 지옥불도 아니고 끊임없이 성난 화염이 주택들을 집어 삼키고 있고
오늘 아침 깨어 티비를 트니 마침 카터 대통령 장례식에서 부르는 성가가 나오는데 천상의 소리처럼 너무 좋더라
저리 살아있는 전현직 모든 대통령들이 모두 참석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미국도 지금 우리나라 이상으로 양극화되어 있는 듯한데 뭔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오바마 트럼프 나란히 앉아 웃으며 이야기하는 게 미국의 미래였으면 좋겠다 싶었다
인간의 한계에 절망하지만 인간에게 희망을 갖는 거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기도 하다
한국상황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지금 전쟁 중인 나라도 있는데 저리 대형화재로 일상이 무너진 사람들도 있는데 하고 있는 중이다
영화를 보고 나니 트럼프라는 인물에게는 더욱 기대를 못하겠지만 내일의 태양은 뜬다는 그 땅의 무수한 스칼렛 오하라들에게는 기대를 해야겠다
사야에게도 어제의 우울이 아닌 오늘의 태양이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