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만드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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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마당이 이리 무성하다니 조금 낯설다
작년과 비교 많이들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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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왼쪽 구석에 국화도가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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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썼듯이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첫해는 가녀린 가지에서 잎을 조금내고 작년에는 딱 한송이가 피었다가 올봄에는 저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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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앞의 삼색병꽃나무도 살 때는 홍가시나무처럼 삼십 센티였는데 저리 자랐고 앞의 황금조팝은 십 센티 정도에 잘 자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별로인 모종이었는데 잘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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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의 가장 구석
사야가 명자나무꽃을 간절히 기다렸던 이유는 명자꽃이 너무너무 좋아서가 아니었다
마당중심에서 벗어난 곳이어 덜 가려져도 되는지라 사철나무 말고 뭔가 표정을 줄 수 있는 걸 심으려고 엄청 고민을 했었다
싸고 잘 자라고 꽃도 피고
후보가 죽단화랑 명자나무였는데 한 종류를 심는 건 좀 과한 거 같아 얼마나 갈등을 했는지 모는다
머리로 수십 번을 심었다 뽑았다 자리를 바꿨다
결국 다섯 주씩 저리 나란히 심어놓고는 기대반 걱정반
노랗고 빨갛고 세 번째 봄에 드디어 만난 저 풍경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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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쌓이니 떨어져 알아서 트는 싹들도 생긴다
사야가 뿌린 건 유채인데 저리 가운데 배추처럼 생긴 놈이 잡초 수준으로 올라온다
꽃은 거의 비슷한데 뭔지 모르겠다
제주도에서 유채대신 핀다는 산당채인가가 씨에 섞여 있었던 건가
올해 유채를 울타리밖에도 뿌렸는데 내년에 저 이상한 놈이 또 나타날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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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봄은 꽃을 못 보고 작년에는 또 피다 만 모양이라 실망했었는데 올해 드디어 그 금낭화 모양이 제대로 잡힌다
나무도 아닌 화초가 참 까다롭게도 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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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인동초 정리한 자리
봄개화라는 남도자리 두 개랑 여름개화라는 하설초를 저리 심었는데 날씨 탓인가 동시에 다 핀다
이건 시간이 필요한 풍경
무사히 월동까지 해서 풍성한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