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된(?) 근면
누군가 사야에게 게으르다고 하면 좀 억울하긴 하겠지만 사야는 부지런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열심히 쓸고 닦고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심지어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마당에서는 그게 잘 안된다
자꾸 뭔가 거슬려서 계속 일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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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저기 뭐가 있다고 어제 딱 저곳에서만 한 시간이 넘게 일했다
그렇다고 저곳이 아주 깔끔해진 것도 아니다
우짜든둥 이 서쪽은 물 주기도 번거롭지만 기후변화에 맞게 자연적응력을 좀 키워보자는 실험정신(?)으로 봄 이후에는 물을 거의 안 줬는데 나름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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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삼색병꽃나무 잎들은 푸르다가 갑자기 저리 확 얼어버렸는데 잎이 알아서 떨어지지도 않아(아 뭐 언젠가는 떨어지겠지만) 몇 그루는 일일이 손으로 다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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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도 소나무잎들이 자꾸 떨어져 또 그거 줍느라 한 시간
잎이 많이 떨어지긴 했어도 아침마다 저 조팝잎에 걸리는 햇살은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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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가지 마른 가지 정리하고 태울 거 또 태우는데 두 시간
잔디가 죽은 빈틈을 귀신같이 파고드는 잡초를 뽑는 데는 무한대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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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황금조팝들도 물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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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곳도 햇살이 있을 때랑 분위기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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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간 본 적도 없는 황금사철과 은테사철도 멀쩡하게 살아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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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정리했더니 대문 쪽으로 심은 이쪽 에버그린도 보이네
에버그린이란 말이랑 안 어울리게 한겨울에는 별로지만 번식력도 좋고 잘 자라는지라 고마운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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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와는 다르게 언뜻 마당을 쳐다보다 왜 이렇게 깔끔하지? 하고 스스로 놀랠 때가 있다 ㅎㅎ
아니 안 어울리게 왜 자꾸 부지런을 떨고 난리냐고
지난번에도 썼지만 정말 이 시간을 언어에 투자했으면 지금쯤 불어중급정도는 되어있지 않을까 싶다
할 줄 아는 게 언어 배우는 거밖에 없어서인가 마당을 가꾸는 것도 언어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한다
엄청 지난한 과정인데 순간순간 기쁨도 맛보지만 역시 끝은 안 보여 결코 만족이란 건 없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