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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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야가 엄청 심혈을 기울인 게 가을단풍인데 올해는 망했다
여름도 길었고 얼마 전에는 비바람도 너무 심했다
거기다 이번 이른 추위에 남아난 잎들도 별로 없다
단풍 때문에 키우는 야생머루잎도 전멸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날씨를 이길 수는 없네
저리 삼색조팝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황금조팝이 마지막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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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이삭에 걸린 햇살이 그나마 여전한 가을느낌이다만 사실 이 풍경은 겨울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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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덜 추워서 벼르기만 하던 텃밭정리
방울토마토 가지 청양고추 오이고추 아주 쏠쏠하게 따먹었는데 방울토마토는 가지가 너무 왕성히 자라서 저 뒤쪽 식물들이 숨을 못 쉴 정도
잘라내니 후련하다
저기 귀한 나무가 하나 있는데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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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지기 전 딴 마지막 수확물들
가지는 좋아하지도 않는데 잎이며 열매며 마당에서 보기 힘든 색감이라 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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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잎들 정리하다 보게 된 맥문동 열매
못 봤는데 저기 꽃이 조금이나마 피었었나 보다
엄청 많이 심었는데 내년에는 제대로 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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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몇 개 보지도 못했는데 범부채 씨앗도 저리 벌어져 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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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옮겨 심어 조마조마했던 찔레장미는 고맙게도 여전히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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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들은 거의 죽었는데 씨가 떨어진 건지 애기 오렌지구절초가 늦게 피어 반가왔다
이번추위에 꽃은 얼었지만 후손을 남겨 너무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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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영하로 떨어지기 직전 사진
오늘 보니 산국은 그대로인데 청화쑥부쟁이랑 삼색병꽃나무 잎들이 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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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황량해지는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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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집안에서 이곳을 바라보며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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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면 중간중간에 있는 사사야 마르겠지만 무늬새발사초가 엄청 자라 기대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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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마당에서 가장 찬란했던 고려담쟁이 단풍
싫어하는 색이라 살짝 당황했지만 바람에 다 떨어져버려 그마저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