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오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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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접초 일명 나비꽃이 피었다
작년 이곳에 주구장창 올라오던 앞마당 분홍꽃은 홍접초였는데 이년 연달아 월동을 못해서 올해는 안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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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키 큰 놈들이 백접초인데 재작년에는 열개 작년에는 여섯 개를 심었는데 그중 네 개가 월동을 했다
올봄 싹이 나올 때도 못 믿고 꽃이 피기만을 기다렸는데 드디어 피기 시작한다
서른 개 넘게 다 해가 제일 잘 드는 곳에 심었는데도 월동을 못했는데 의외의 곳에서 월동을 하니 신기하기도 이유를 모르겠으니 답답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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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아니지만 흰갈풀의 이삭도 조금 피었다
저것도 억새종류니 이삭이 피는 게 당연한데도 작년에 못 봐서인가 신기하고 또 가을이 아니라 지금 피는 것도 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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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케라 꽃도 핀다
꽃자체는 예쁘지 않은데 줄기랑 꽃이 다 같은 계열색이라 보기가 좋다
저 뒤 노란 꽃은 낮달맞이인데 그늘을 환하게 하는 장점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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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끝물이긴 해도 황금조팝의 꽃
작년에는 잎과 꽃의 저 촌스런 조합에 너무 충격을 받아 몸집이 커지면 꽃을 다 잘라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의외로 주변과는 잘 어울려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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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작았을 때는 몰랐는데 다가가면 꽃이 코앞이라 맡아보니 은은한 게 향이 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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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라고 생각했다지만 나무였다면 저기 안 심었을 에키네시아
불행인지 다행인지 저 뒤쪽의 큰 금매화도 동자꽃도 안 피어 가리진 않는데 앉은자리에서 소나무랑 겹으로 시야를 가려서 소나무가지들을 잘랐다
덕분에 말벌에 두방이나 쏘이고 휑한 게 낯설지만 그래도 짜증스런 것보다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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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도 후각도 미각도 즐겁게 하는 모나르다도 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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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피고 져서 맨날 보는 건 아닌데 사계 원추리도 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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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로는 트럼펫꽃이라고 하던데 우짜든둥 한창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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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국화랑 어우러진 삼색병꽃은 거의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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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사고나 다름없던 와인컵쥐손이의 저 중구난방 피는 모양새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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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버려진 공간인 저곳에서는 루콜라 꽃이 마지막 힘을 다하고 있다
작년과 비교 피는 꽃들은 확 줄었고 몸집을 키운 것들이 있어서인 지 전혀 다른 마당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