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의 낯선 마당
사야네 가을
史野
2022. 10. 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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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와 가을 분위기다 할 만큼은 아니지만 햇살이 가을이다
이젠 늦은 오후면 소나무 아래도 햇살이 들고 따스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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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억새에 오후 햇살이 걸리면 이곳이 사야네 마당이란 걸 잠시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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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럽게도 백일홍이 여전히 한창이다
참 오래도록 고마왔는데 이젠 그만 져도 되지 않을까
벌써 백이십일홍인데 이러다가 백오십일홍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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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는 조금씩 푸르러지기 시작한다
균일하게 발아가 되는 게 아니라서 씨를 남겼다가 발아 덜 된 곳에 추가 파종을 했는데도 여전히 구멍 메꾸기를 하느라 고생하고 있다
한지 난지형 잔디가 따로 있는 줄 모르고 독일 잔디가 겨울에도 푸른 게 불만이었는데 이제는 한지형 잔디씨를 뿌려놓고는 좋아라 하고 있으니 사야도 변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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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살 때 꽃망울이 다 떨어져 와서 내년을 기약했던 체리세이지가 하나둘 또 꽃을 피운다
역시 가을꽃 분위기는 아니다만 제대로 못 보고 지나가서인가 반갑다
괜히 사야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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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구나를 절절히 느끼는 건 아직은 풍경이 아니라 모기와 개구리가 사라져서다
모기야 유구무언이고 개구리는 너무 둔해서 사야를 참 많이도 놀래켰는데 시원섭섭하다
개구리는 동면을 하니까 같은 놈들이 내년에 또 찾아올까
알아보지도 못하겠지만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