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의 설레임
요즘 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사야
물론 백만번 강조하듯이 지금 사야가 사는 삶은 사야에겐 불가능했던 삶이므로 아니 이 생에서 이루지 못할 꿈같은 일이었으므로 무슨 기독교신자처럼 이래도 감사 저래도 감사하고는있다만 그냥 딱 하루만 사는 일은 그리 만만한 건 아니다..ㅎㅎ
진짜 신기한 건 머리를 다쳤을 때나 허리를 다쳤을 때나 이삼일가까이 술없이 잘도 자고 멀쩡했다는 건데 또 막상 누워있는 게 아니라 앉아있게 되면 당근 술생각도 간절하고 무엇보다 잠이 안온다.
분명히 처절할 때는 잘 잤는 데 조금만 나아지면 통제가 안되네..ㅎㅎ
술도 떨어지고 울 새끼들이 좋아하는 간식도 떨어지고 마트에는 가야하는 데 늘 절박한 상황에서 나가게 된다
운전은 여전히 자신없고 주차하는 건 더더욱 자신없지만 그래도 한달에 두 세번정도는 나가야하는 일이 생기는 데 그게 꼭 야간운전이다
겨울엔 그나마 해가빨리 지니 나았는데 요즘은 아홉시가 가까이 되어도 히끄무레한 날들
오늘 정확히 여덟시 오십분에 출발해서 마트에 가는 데 이곳에야 어차피 차도 별로 없고 운전하는 게 참 좋은거다
주차를 잘 못하니 평소엔 정말 웃기는 장소에 대놓고는 하는 데 오늘은 사야가 늘 대고 싶었던 장소에 생쇼를 해가며 대긴 댔다..ㅎㅎ
장보고 돌아오는 길 정말 오랫만에 다른 차도 추월해가며 백킬로넘게 밟아봤다
차는 덜컹덜컹에다 창문까지 연 상태라 소음도 장난이 아니었는 데 그게 어찌나 좋던지
안타깝게도 그리 기분낼 수 있는 도로가 아주 짧았다는 건 데 새끼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만 안했다면 백만년만에 고속도로를 타고 싶어졌다
아 진짜 기분이 참 좋더라.
생뚱맞게도 운전을 취미로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니까..ㅎㅎ
집에 도착했는 데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가 듣고 싶어 그냥 앉아있던 경험도 처음이다
노래야 뭐 나중에 들어와서 그 노래를 찾아 들어도 되겠지만 그냥 앉아 듣고 싶더라니까
물론 또 사야는 차소리에 환장하고 있을 울 호박이 생각에 결국 그 노래를 끝까지 듣지는 못했지만 뭔가 저 아래서 올라오는 충만함같은 게 느껴지더라고
아 정말 다시 구구절절히 쓸 수는 없지만 사야는 아주 오래전 한국에서 면허를 따지 못했던 나름 아픔을 겪었고 떠도는 14년 동안의 반인 7년동안은 남편마저도 아예 차도 없었다가 한국에 돌아와서야 겨우 면허를 따고 그마저도 이런 저런 사연을 겪다 이제야 다시 운전을 한다
근데 운전하는 게 참 좋다.
막 설레인다니까..ㅎㅎ
꼭 막 면허를 따고 주행을 처음 해 본 스무살같다
이런 설레고 벅찬 기분 참 오랫만이다
차에서 내린 지 벌써 두 시간이 넘었는 데도 아직도 그 흥분이 남아있다
아 근데 진짜 주차는 언제 쉬워지니
늘 달릴 수는 없고 차는 언젠가 세워야할 거 아니냐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