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영화 '나쁜 나라'

史野 2016. 2. 19. 01:16

보고싶은 마음과 피하고 싶은 마음이 공존했는 데 결국 봤다

놀랍게도 올레티비 극장동시상영관에 있더라

클릭해보며 볼까말까를 고민하고 있었는 데 오늘 갑자기 사천오백원

극장상영은 끝났다는 뜻이네

어쨌든 무조건 보란이야기구나, 싶어 봤다


마음이 너무 아플까봐 피했던 건 데 생각처럼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일부러 극적으로 만들거나 비극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아니어서 인것 같다.

그저 시종일관 아이들이 죽었는 데 왜 죽었는 지를 모른다는 것, 그래서 아이가 죽은 건 죽은 건데 제발 그 이유나 좀 제대로 알고자하는 유가족들의 행보가 그냥 덤덤히 카메라에 담긴다

울기도 하지만 때론 웃기도 하고 심지어 엠티나오는 사람들처럼 농담들도 하는 그들이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이라 사실 더 가슴이 아프다.


그저 길거리에서 교통사고가 나도 그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밝히는 게 이 나쁜 나라에서도 상식이거늘 삼백명이 넘고 그 중 이백오십명이나 되는 꽃다운 청춘들이 생중계로 온국민이 보는, 무엇보다 그 부모가 보는 티비안에서 죽어갔는 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나라.

그리고도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그렇게 가는 나라.

물론 이젠 그리 놀랍지도 않다만 괴롭고 처참하고 부끄럽고 뭐 그런 마음까지 없는 건 아니다


세월호가 일어날 때쯤이었나 사야는 초등학교 밴드라는 걸 가입하게 되었는 데 사야의 나이로 보면 특히 남자동창생들의 나이로 보면 세월호에서 죽은 아이들이 다 그 자식 또래들이다.

그런데 그런 놈들이 세월호때문에 경기가 나빠졌다는 둥 아무 문제의식없이 정말 딱 조중동이 떠드는 그대로 와서 떠들고들 있더라

소름이 끼쳐서 당장 탈퇴를 했다. 정말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때 사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이 나라에사는 건 병신들이 아니라 잔인한 인간들이라고..

사야는 착한 인간이 아니므로 그들을 저주했다. 어떤 식으로든 그들이 그 잔인한 입으로 아니 손가락으로 찌껄인 말들에대한 댓가를 치르게 해달라고 빌었다.


세월호에 대해서야 사야가 여러번 썼으니 사실 더 할말은 없다

거기다 사야는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그 기억교실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이다.

물론 공상가에 가까운 사야로서는 교실이 아니라 그 학교자체를 그냥 기념관으로 놔두고 새로운 학교를 지어야한다고 생각한다만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면 아니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아무도 그걸 할 생각은 없어보이므로 산자와 죽은자가 공간을 나누는 것에는 반대다

그 교실에 당장 들어가 공부하는 아이들도 쉽지는 않겠지만 그 빈교실을 무슨 천형처럼 짊어지고 살아야할 아이들은 또 무슨 죄겠냐고


아시다시피 사야가 요즘 육룡이나르샤폐인이라 칼로 죽고 죽이고 살아남던 당시를 살고 있긴 하다만 세월호사건이 이방원시대부터 지금까지를 통틀어 가장 끔찍하고 처참한 사건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어떤 시대에도 딱 그 만큼의 아이들만 죽었던 일은 없으니까

거기다 티비속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생중계로 보는 일은 당연히 없었으니까.

아니 세계 역사속에서도 없었을 걸?

열명도 기가막힐 텐데 자그만치 이백오십명이다.

사고아니잖아 죽였잖아..


다음달이면 사야가 씽이랑 아끼를 잃어버린 지 일년이 된다

정말 오년넘게 키운 개자식때문에도 가끔은 가슴 한쪽이 떨어져나가는 것 같고 보고싶어 대성통곡을 하기도 하는 데

거기다 혹 올무에 걸려 괴로와하다 죽었을 걸 생각하면 온 몸이 타들어가는 것처럼 찌릿거리며 숨이 안 쉬어지는 데

진짜 너무너무 보고싶고 만지고 싶고 맛있는 걸 보면 주고싶은데.


사람새끼를 그것도 십오년이상을 키운 부모가 오백명이다.

만약 사야새끼를 이름과 전화번호가 두개나 적힌 순은이름표를 단 사야새끼를 누군가 그냥 잡아먹었다면 사야는 그 인간의 뒷통수를 망치로 수십번 내리칠거다

물론 맘만으로 그렇다 정말 몰라서 다행이고 사야는 지금 울 새끼들이 여전히 살아있다고 믿고 산다만 만약 알게된다면 사야의 온힘과 마음과 온 정성으로 저. 주. 할거라니까.


과격하다고? 아니 그게 정상이다

내 자식을 해한 인간들에게 응분의 댓가를 치르게 하는 게 맞다. 용서를 하려고 해도 최소한 용서를 해야할 대상이 누군지는 알아야될 것 아니겠냐고?

아직 주민등록증도 받지 못한 아이들이 그것도 이백오십명이나 죽었는데 아직 왜 죽었는 지를 모른다

영화에서는 그 절절한 아픔은 다 빠졌더라만 어찌보면 최고 기쁨의 순간일 때 가장 처참하게 죽었다.

그리고 사야를 포함한 대부분 인간들의 양심이랄 까 인간다움이랄 까, 인간적 요소같은 것도 죽었다


나쁜 나라가 아니다. 이 나라엔 잔인한 인간들만 살고 있어서 그렇다

사야는 세월호사건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 한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전쟁이 나도 그 어린 애들만 그리 한꺼번에 죽이진 않는다고.

정말 납득할 수 없는 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니 이거 정말 이상하지 않나


4월 13일에는 또 새누리당이 이길거다.

사야는 그래서 투표하러 안 갈거다. 기름값이 아까와서라도 안간다.

투표하러가는 데 드는 기름값은 몇 백원밖에 안되겠지만 투표율이 얼마였는 데도 이겼다는 말을 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다


위안부문제가 그렇듯 세월호아이들의 문제도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없도 비슷한 때쯤 그러니까 지금 살아남은 아이들이 손자손녀를 볼 때쯤은 진짜 진실이 밝혀질 지도 모르겠다

아 사야는 간절히 무당이 되고싶다

접신이라도 해서 죽은 아이들과 부모마음을 어루만져주고만 싶다


아 진짜 왜????

눈앞에서 아이들이 그렇게 죽어갔는 데 그걸 온 국민이 보아놓고도 이리 평온한 걸까

볼까말까를 고민했던 걸 생각하면 영화는 너무나 평범하다못해 평온하기까지 했는 데 영화를 보고난 사야는 치미는 분노와 자괴감으로 미치고 팔짝 뛰겠다

자식있는 부모는 모두 비슷한 감정일 거라 생각했는 데 사야초딩동창들 포함 이 나라 거의 전부는 부모들인데 정말 지 자식들이 저런 꼴을 당하면 그때야 함께 외칠까

소름끼치고 이 나라에 산다는 게 진짜 너무나 비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