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겨울여행
요즘은 예전처럼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며 넷북을 보는 일이 없기도 하고 흥미로운 유입어도 없어서 지난 글을 읽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 데 오늘 또 재밌는(?) 글들을 몇 개 읽었다
안그래도 지난 강추위때부터 노천온천이 너무나 그리웠는데 홋가이도 여행기를 몇 개 읽게 되니 더 간절하다
말했듯이 이 겨울에도 창문을 조금 열어놓고 자는 지라 몸은 따뜻하고 머리는 차가운 한겨울 노천온천의 느낌을 비슷하게 느끼기는 한다만 그게 어찌 같겠냐.
샤워를 끝낼 때 냉수로 마무리를 하기 하지만 뜨거운 물에서 나와서 찬물에 들어가거나 아님 알몸그대로 찬바람에 물기를 말리는 그 기분과 같을 수는 없지
거기다 홋가이도에선 눈으로 몸을 마구 문지르기도 했었는 데..ㅎㅎ
모든 기억들이 너무나 생생하므로 몰랐는 데 오늘 날짜를 보니 그게 벌써 십년 전 일이네
얼마전 어느 댓글에도 썼었는 데 그 많이 다녔던 여행중에 특히 그립고 기억에 많이 남는 여행이 홋가이도 여행과 프라하를 갔던 거다.
둘다 겨울여행이었고 둘 다 혼자떠났던 여행.
겨울에 하얼빈도 갔었고 혼자서는 리스본도 갔었는 데 왜 그 두 여행이 그리 기억에 남고 그리울까를 생각해보니 둘 다 기차여행이었고 아무 예약도 하지않고 그저 무작정 떠났던 여행이었기때문이더라.
이십대도 아니고 마흔즈음에..
역창구에 매달려 기차시간을 상의하고 정말 너무 추워 죽을 것 같은 데 그것도 깜깜한 시간에 낯선 도시에 내려 숙소를 찾아헤매던 그 기분.
숙소를 확인하고는 그나마 안도의 숨을 내쉬고 역시 춥고 쓸쓸한 낯선 거리로 나와 혼자 밥먹고 술마시고..
그땐 몰랐는 데 지금 돌이켜보니 사야는 어쩌면 지금 이렇게 잘 지내는 것처럼 어쩌면 원래부터 혼자임을, 그 스산하고 쓸쓸함을 즐기는 인간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이 삶과 같냐고? 어차피 인생도 여행아니겠냐.
홋가이도 여행기를 처음 올렸던 다른 사이트에서도 누가 그랬었다
사야님은 참 특이하다고 그 한겨울에 혼자 아바시리 감옥엔 왜 찾아갔냐고..ㅎㅎ
프라하를 가려던 길 기차시간이 안맞아 들렸던 라이프찌히에서도 그랬다
라이프찌히야 독일이니까 아주 낯설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기차에서 내려 캄캄하고 텅빈 광장에 섰을 때의 그 막막함
걷다가 대충 숙소를 잡고는 다시 나와 어두컴컴한 골목을 이리 걷고 저리 걷고..
독일은 상점문도 빨리 닫는데다 한국식의 먹자골목같은 건 없으니까 그나마 오래여는 음식점은 찾아댕겨야한다.
그렇게 찾아 밥먹고 한잔이 더 하고 싶어 찾아갔던 술집. 참 특이한 곳이었는 데 그때 사진기를 잃어버려 지금 다시 확인해볼 수 없다는 건 참 안타깝네.
어쨌든 삼사주만에 지구를 한바퀴도는 여행을 두번이나했는 데도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이 저 두 여행이라니 사야도 여전히 신기하다
물론 그 여행을 하며 너무 따뜻한 기억들만 있었기때문인 지도 모르겠다.
어디에서나 사람들이 참 따뜻했었다. 혼자 어딘가를 돌아다니는 느낌이 아니라 안정감같은 거였달까
특히 홋가이도에선 호텔비도 알아서 깎아주고 유빙선은 표파는 애가 돈값 못할 수도 있다고 말리고..ㅎㅎ
베니스를 그런 식으로 한번 가보고 싶었는 데 그걸 못해봤다는 게 조금 안타깝다.
한겨울엔 유럽 어느 도시나 나 스산하고 쓸쓸하고 아바시리도 그 못지 않았지만 왠지 베니스의 겨울은 그로테스크할 것도 같고 그 최고봉일 거란 막연한 믿음때문이랄까
새끼들을 두고는 마트에 가는 것도 불안해서 초스피드로 장을 봐오는 주제에 사야가 조만간 여행을 떠날 일은 만무하다만 그래도 그리운 건 그리운 거다.
그리고 사야가 그리운 건 겨울바다도 겨울산도 아니고 겨울의 도시 혹은 노천온천
더 엄밀히는 유럽의 겨울도시 그리고 일본의 노천온천이려나.
성격이 전혀 다른 데 스산한 건물사이를 헤매다 찾아낸 어느 식당에서 맥주나 포도주를 곁들인 소세지식사를 하는 것과 노천온천에서 온 몸이 나른해질 때까지 있다나온 후 황제의 식탁도 부럽지 않은 일본식 정찬을 먹는다는 게 왜 같은 그리움일까.
슬프게도 둘 다 실현불가능한 꿈이다
프라하나 홋가이도처럼 대충 삼박사일정도의 일정을 마치면 다시 기차를 타고 돌아갈 집이 있는 그런 여행을 꿈꾸는 거니까
그래 아마 그래서인가보다 이토록 그립고 절절한 게 말이다
여행가방이 아닌 가지고 온 모든 짐을 가지고 열 시간도 걸을 수 있는 그런 여행
그러고보니 열시간은 아니었는 데 그리고 겨울도 아니었는 데 바람이 넘 불어서 춥고 앞도 안보였던 독일 북해쪽의 쥘트라는 섬도 갑자기 기억난다
무슨 극기훈련도 아니고 사십킬로가 넘는다는 그 섬의 백사장을 심삽킬로 걸었다니까..ㅜㅜ
우짜든둥
사야 그렇게 그리워하는 겨울여행 또 할 수 있으려나
글을 쓰기시작할 때는 몰랐는 데 막상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진짜 너무 그립다
둘 다 그리운 데 만약 하나만 고르라면 일본 온천에 가고싶다
온천도 온천이지만 무엇보다 그 환상적인 음식이 그립다
여행이나 음식이나 뭐 다 취향의 문제겠다만 사야인생에서 가장 감동스러웠던 건 일본음식
사야도 먹고싶은 음식은 대충이나마 해먹고 사는 데 그 음식들은 결코 흉내낼 수가 없다
절제된 미학이랄까
아 아니다
그 일본음식들을 먹으면 벗꽃을 보다 그 절정에 할복하는 사무라이같은 절정의 감정이 떠오르기도 한다만
감자며 소세지며 한가득 담겨있던 그 우왁스러워보이던 접시의 따뜻함이 잊혀지는 것도 아니다
이런 또 멀리 왔다만
그 차이가 왠지 엄청 클 거 같다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