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추억을 공유한다는 것

史野 2016. 1. 28. 22:00

오늘 또 그 친구 지지바랑 오랫만에 통화를 했는 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사야의 시아버지 이야기가 나왔다

이 놈의 지지바 이십년이 넘었는 데도 사야네 시댁에 와서 하룻밤을 잤던 날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더라

그땐 독일어를 잘 못해서 말이 잘 통하는 것도 아니었는 데 그 맑은 눈으로 얼마나 정성스럽게 소통하려 애쓰셨는 지가 다 기억이 난단다.


설명할 필요가 없는 대화는 늘 좋다

모든 것 까진 아니어도 많은 걸 알고 있는 관계는 때론 참 위로가 된다.

거기다 함께 공유하는 그 기억들이 행복했던 기억들이라 되짚어보며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것도 참 고마운 일이다

사야에게 소중했던 시간들을 역시나 같이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다


사실 사야는 요즘 생각이란 걸 안하고 사는 데 이렇게 오랜 추억을 공유하는 친구랑 통화를 그것도 두시간이나 넘게 하다보면 고요했던 머리가 복잡복잡해진다.


이 웃기는 지지바

보통 사람들은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하면 발끈하는 데 넌 왜 늘 인정을 하냔다

사야입장에서야 옳은 말을 하는 데 발끈 할 이유가 전혀 없다만 그렇게 말해주는 게 사야는 또 왜그렇게 위로가 되는 거니

정말 그렇더라 말한마디의 힘같은 거랄까

그게 아니라니까, 가 아닌 그 말이 맞네, 라는 말때문에 난 니가 좋다는 친구의 말이 사야야말로 정말 좋았다

물론 그게 왜 별난데? 묻는 사야에게 다른 사람들은 절대(!) 너처럼 말하지 않는다는  그 말이 믿고 싶었기때문이겠지만 말이다.


오늘도 친구랑 이야길 했다만 아니 친구가 먼저 이야기했다만 전남편은 결코 남의 단점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평가를 하지 않았다는 게 더 맞는 이야기일려나

그래서 사야는 가끔 그 긴 세월동안 그 남자랑 같이 살면서 뭘 배웠나를 괴로와할 때가 있다

생각은 배운 것 같은 데 행동은 전혀 배운 것 같지 않아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친구랑 통화를 하다보니 맑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통화한 그 두 시간이 무슨 잡담같은 건 아니었고 과거를 곱씹으며 현재의 우리를 가늠해보는 시간이었는 데 일단 그게 노력하는 과정같은 거라고 이해하려고..


그 과정을 이해하는 데 그 놈의 지지바와 사야의 시간이 함께 얽혀 추억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크나큰 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