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바람둥이의 슬픈 변

史野 2016. 1. 16. 02:54

사야는 타고난 바람둥이다

지고지순한 사랑같은 것은 해본 적도 없고 믿지도 않는다

그냥 오는 사랑은 다 좋았다.

(이렇게 말하는 데도 못 알아듣는 너..ㅜㅜ)


전남편이 무슨 영화대사처럼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라고 물었을 때

사랑은 변해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건 자기 기만이야, 라고 말했던 사야다

(아 그렇다고 우리부부가 그래서 헤어졌다고 오해는 말기 바란다..ㅜㅜ)


그래 사랑은 변한다 그게 사랑이 아닌 정이건 인간에 대한 연민이건 사랑은 그 형태가 변한다

그 남자처럼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게 어떤 형태로건 그 처음했던 사랑을 근거로 삶을 지키고 싶기때문이지 그게 처음의 그 사랑은 아니다.

왜냐면 사랑은 소유하고 싶고 같이 자고 싶은 강렬한 욕망이기 때문이다

(그래 이것도 협소적인 의미의 사랑이라고 양보하자)


왜 갑자기 사랑타령이냐면 사야가 너무 웃긴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아고라에 올라오는 어떤 고양이를 이뻐하기기 시작했는 데 갑자기 새로운 고양이가 나타난거다

근데 사야는 정말 그 예전 고양이는 다 잊고 또 새 고양이에 열광했다

그러다 그 새 고양이가 모습을 감추웠더니 다시 예전 고양이가 예뻐보이더라는 것.


젼형적인 바람둥이의 특성이다

전 고양이를 좋아했던 것도 진심이고 새 고양이를 좋아했던 것도 당근 진심이다

엄밀히는 사랑이 변한 게 아니라 새로운 사랑이 나타난 거다


굉장히 충격적인 감정경험이어서 곰곰히 또 생각해 볼 기회를 갖었더랬다

그랬더니 사야는 인생을 그렇게 살았더라구

새로운 사랑에 빠지면 눈에 보이는 게 없었더라구

그 상대가 누구건 제발 나를 놔달라고 울고불고 했더라구.


웃기겠지만 그래서 바람둥이들은 차라리 진실하다

완벽하게 마누라를, 남편을 속이며 척같은 건 안한다

그런면에서 바람둥이들이 어찌보면 정신적 미숙아일 수도 있겠다만


그래도 그 미숙아가 낫지 않을까

어찌 그리 완벽하게 상대를 속일 수 있니

사랑하나야 인생살며 가슴에 품을 수는 있겠지,

그래 오랜시간 섹스도 안하고 살 수도 있다만

어떤 경우에도 내 남편은 그러지 않을거란 믿음을 주고 사는 건 아니지


완벽하게 속이는 인생 그 허망한 인생을 감히 누가 만들라고 허락했는 데?

아 이런 글을 쓸려는 건 아니었는 데 사야는 또 술이 취했고 무엇보다 흥분했다


어쨌든 바람둥이들은 변한 사랑에 연연하지 않아

딴에는 또 진실된 사랑이 찾아왔거든 그 사랑을 지키려면 지난 사랑에 신경쓸 여력같은 건 없다구

상대가 모르게 바람을 피는 인간들은 바람둥이가 아니라 진짜 나쁜 인간들이야

기침과 가난과 사랑을 속일 수 없다고 했다지?

그래서야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는 데 그 상대가 그걸 모른다는 건 불가능하니까


제발 내게 사랑을 말하지마

그건 사랑이 아니라 일종의 치욕이야



그래 진실되게만 산 줄 알았다

매번 진실했다니까.

근데 그게 다가 아니었더라구

하나도 벅찰 마당에 너무 많은 인간들의 첫사랑이었다

그 중 얼마나 사야를 기억할 지는 모르겠고 지금은 알바도 아니다만


상대를 완벽하게 속이는 인간이나 바람둥이나 나쁜 건 마찬가지다

사야

너무 많은 인간들을 아프게 하고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