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블로그 고마운 검색
맘복잡한 일이 있어서 여기다 또 주절거려볼 까하고 넷북을 열었더니 또 쓴 것도 기억나지 않았던 글 하나를 읽었다
아 정말 사야는 뭔 삶을 그리 영화같이 살았던거니.
눈시울도 뜨거워지고 가슴도 따뜻해지고 먹먹하기도하고 참 오랫만에 행복하다.
며칠전에도 생각했다만 요즘 사야는 엄마때문에 절망해서 피를 토하며 우는 일도 없고 전남친관련으로 분노해서 창문을 깨거나 쌍욕을 하는 일도 없고 그렇다고 뭐 벅차게 감동적인 일도 없고 해결해야할 어마어마한 일이 있음에도 그저 평온(?)하기만 한 일상인데 정말 오랫만에 온몸이 찌릿찌릿, 뭐 그런 기분이다.
이 수많은 글을 찾아 읽어볼 힘도 없고 생각도 없다만 이렇게 우연히 접하게 되는 옛 흔적이 참 고맙다
그러니까 도대체 사야가 그런 글을 접하게 하는 이 블로그를 검색해 들어오는 그 고마운 인간들은 누구들 인거냐고..ㅎㅎ
우리는 평행선, 이라는 남편과 결혼 13년 된 날 아침에 쓴 짧은 글인 데 사야는 아니까 그 짧은 글 속에 담긴 세월과 의미가 뭔지를 너무나 잘 아니까 막 눈물이 난다구.
그 남자가 지금 누구의 남편이어서가 아니라 사야는 지금은 그 남자랑 이 곳에서나 저 곳에서나 함께 산다는 건 상상을 할 수가 없다
이젠 너무나 멀리 와버렸고 돌이킬 수도 돌이키고 싶지도 않다만 그렇다고 그 시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아 진짜 그 시간들이 너무 고맙고 눈물나고 벅차기도 하고 그렇네
요즘 사야는 자식이 없이 늙어가는 삶의 형태 그러니까 사야가 절절히 느끼고 있는 이 상황이 많이 슬프기는 한데 만약 사야에게 아이가 있었다면 이 땅으로는 절대 나오지 못했을 테니까 절망과 안도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수백번 생각해도 후회가 남지않는 건 일종의 안도지만 후회도 미련도 없이, 그러니까 누구탓도 할 수 없이 이 삶을 견뎌내야한다는 건 절망이기도 하다고..
물론 밥먹는 문제로 속을 썪이는 개새끼와도 감정싸움을 지독하게 하는 처지로는 사람새끼를 낳아 키워보지 않는 건 어찌보면 일종의 축복이다
말못하는 놈이 밥안먹으며 무시할 때도 이리 미운 데 말하는 놈이 그렇게 속을 썩였다면 사야는 사야엄마 이상의 독설을 쏟아내고도 남을 인간이란 걸 너무나 잘 알아서다.
여기는 거의 안 적는다만 사야랑 통화하는 인간들은 사야가 울 호박이 밥먹는 문제로 얼마나 힘들어하는 지 아는 데..
그니까 그렇더라고 더 많이 사랑하는 게 죄라고 얼르고 빌고 협박하고 화도내고 그 모든 게 안통할 때는 가끔 막 분노하는 감정이 생기더라구
그게 그냥 홀딱벗은 모습의 사야더라구.
며칠전 이틀간 안 먹는 놈에게 황태삶고 돼지고기 삶고 닭도 삶고 훈제연어까지 준비해 제발 드시라고 빌었건만 딱 간식만 먹고 버티는, 그것도 모자라 이불에 토까지 해놓는 망할놈의 지지바를 보며 정말 말귀를 알아듣는 사람이었으면 두들겨 팼을 거 같다
아니 사야는 백프로 그렇게 했을거다
아 이 망할놈의 지지바때문에 급 흥분했는 데 아파서 그런거는 아닐까 왜 사야는 애면글면 안했겠냐고??? 아 진짜 망할 놈의 지지바..ㅜㅜ
그래 이야기는 또 삼천포로 흐른다만
사야는 늘 감추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아주 어렸을 때는 가난이 그랬는 데 가난은 감춰지는 건 아니었고 조금 자라서는 엄마가 하는 폭행이 그랬고 그건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긴 했다
그러다 시작된 불면증과 불안장애를 감추는 건 훨씬 더 힘들었는 데 그건 함께 그 고통을 나눠준 사람들때문에 그게 또 가능했다
그게 너무 익숙해서인가 사야는 지금도 멀쩡하지 않은 데도 멀쩡한 사람처럼 이 공간에서 살고 있긴 하다만 자신이 얼마나 힘든 지를 또 사방팔방에 이야기해야하는 건 아니니까.
뭐 말하자면 그런거겠지 이야기안한다는 게 숨기는 건 아니고 그냥 스스로 감내하는 몫인 데 그저 보이는 데로만 판단하거나 그게 전부일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근데 뭐 그렇게 믿는 그들도 뭐라할 수는 없다는 거..ㅎㅎ
에구 이 글을 쓰는 동안 사야는 또 취했다
요즘 사야는 일어나서 커피마시고 애들 밥주고 지 밥먹고 애들 화장실보내야하니 잠깐 나가고, 울 호박이가 변비라 그냥 뛰다가 소리소리 지르며 변을 봐야하는 관계로 그나마 사야가 고맙게도 매일 대문밖은 나간다만, 그러고 돌아와 또 밥주고 지 밥먹고 술마시고 자고..
요즘 사야의 패턴이다.
그래 아무도 만나지 않고 거의 아무랑도 이야기 하지 않으니 할 말도 많겠다만
어쨌든 그 글로 다시 돌아가서 사야의 전남편은 사야의 남편 독일인 뭐 그런 걸 떠나서 참 생각이 건강한 사람이었다
신도 아니고 신생아는 당근 아니었던 지라 자신의 생각이란 게 있었다만 몰랐던 것이나 아예 생각을 안해본 것이나 뭐 그런 것들에 대해 백프로 열린 인간이었다
난 거기까진 생각해본 적이 없노라고,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는 게 아니라 한 발 물러날 줄 아는 근사한 인간이였다구
옳고 그름의 문제인지만 알고 살았던 사야에게 그 남자랑 보냈던 오랜 시간은 신선한 충격일 때도 많았다
그게 사회적 문화적 차이였을 까 사야는 이제서야 알게 된 문제를 그 남자는 이미 알고 있었더라구.
어쨌든 결혼 십삼년에 쓴 그 글이 지금 사야를 많이 위로한다
그 오랜 시간의 결정체같은 거잖아
온전히 그 시간을 살아낸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잖아
사야는 여전히 이 곳에 뭐라 늘어놓으며 위로를 받고 있긴 하다만 우연히 접하게 되는 그 흔적들이 정말 좋다구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그 시간에 온전히 돌아가있는 것 같은 그 느낌 그때의 사야를 날것으로 느끼는 이 기분, 참 좋고 진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