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정명훈과 안드라스 쉬프

史野 2015. 12. 30. 02:42

정명훈씨 문제로 시끄럽다

요즘 사야는 검색밖에 하는 일이 없는 관계로 이런 저런 기사를 읽다가 1974년 차이코프스키 콩쿨에서 정명훈이 2위를 하고 안드라스 쉬프가 3위를 했다는 걸 알았고 그게 사야는 참 놀라왔다.


안드라스 쉬프는 사야가 마우리지오 폴리니 다음으로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인데 폴리니는 아주 아주 오래전 베토벤의 황제연주때문에 좋아하게 되었고 쉬프는 사야가 어찌 불면증을 극복해보고자 애쓰던 시절 불면증치료제로(?) 작곡되었다는바흐의 골든베르그변주곡을 듣다 알게 된 연주자다.

좋아하긴 해도 매니아까진 아닌 사야가 골든베르그변주곡은 씨디 다섯장을 갖고 있고 더 사고 더 다양하게 듣고 싶은 것이기도 한데 그 공작인 지 백작인 지가 옆방에서 연주하는 그 곡을 들으며 잠을 청했던 것처럼 사야도 안드라스 쉬프의 연주를 들으며 잠을 청한 날이 부지기수다.

여기 사진도 캡쳐해서 올린 적이 있다만 그러다 올레티비에서 그가 연주하는 프랑스조곡을 발견하게 되었는 데 너무 좋아서 여전히 틈틈히 듣는 연주이기도 하다


글쎄다 좋아한다는 말이 무색할만큼 딱 정말 그 두 곡밖에 들어본 적은 없다만 너무 정직하고 진솔하고 아무 정보없이 그의 골든베르그변주곡을 들으며 잠들었던 때처럼 프랑스조곡을 치고 있는 그의 모습을 화면으로 보고 있으면 정말 음악밖에 모르는 성자같은 느낌이랄까

어디선가 쳐본 적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베토벤의 황제는 물론 쇼팽이나 리스트의 곡같은 것도 연주한 적이 없을 것같은 분위기.

그냥 바라만 봐도 힐링이 되는 바흐의 한음한음을 짚으며 도를 닦는 것 같은 분위기가 그에게서는 느껴진다


그러니까 인생은 정말 신기하다고

같은 해에 같은 콩쿠르에서 입상을 하고 그 콩쿠르에 입상하기까지 그 둘은 다 정말 진심을 다해 곡을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 음악이란 세계에 빠져 혼신을 다했을 텐데 사십년이 지나고 난 후의 결과는 정말 딴 판이네.


그래 무지한 사야도 안다. 피아노를 치는 것과 지휘를 한다는 것의 차이 정도는..

지휘도 다양한 소리를 모두 껴안으며 하나의소리로 내야하는 일종의 정치니까..

그래서일까 이 두 음악가의 사십년이 넘는 행보가 이렇게 다른 것이?


아직 오십년도 못산 사야가 삶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겠다만

안드라스 쉬프와 정명훈만 비교해봐도 대충 삶이 뭔지는 알 것 같다

근데 뭐 누가 더 행복하고 그건 알 수 없겠지? 그리고 그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말이야

최소한 이 삶에서 일어나는 일에 누군가에게 피해를 줬다면 책임은 져야겠지만 그게 또 누구의 삶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잘났다잖냐 행복하다잖냐..


그래도 사야에게 74년에 저 둘이 원대한 꿈을 안고 같은 콩쿨에 입상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냥 사야에게만 그렇다는 거고 어느 분께는 아니니 그것도 어찌보면 다행이다

알면서도 그렇게 살았다면 그게 더 끔찍하잖아

가끔은 철면피인간들이 더 위안이 될 때가 있다. 진짜 자신이 뭘 잘못하는 지 모르고 하는 행동은 가능성이기도 하니까

이건 사야가 사야에게 주는 면죄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