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사람 기분이란..

史野 2015. 12. 23. 22:38

 

 

 

 

 

 

 

 

 

 

 

 

커튼이 없던 저 곳에 커튼을 달았를 때는 아늑한 게 참 기분이 좋았다

근데 또 커튼을 떼어내고 보니 그게 또 그리 개운한 게 좋을 수 없는 거다

 

그래 변화가 좋은 거겠지

늘 같다는 건 위안일 때도 있지만 설레임은 아니니까.

맘같아선 한동안만이라도 커튼없이 살고 싶다만 현실은 그걸 또 용납 못하네..

 

원래는 내일 민들레님부부가 오기로해서 커튼까지 빨아가며 손님맞이 준비를 했다만 오늘 결국 아무래도 안되겠다며 오지말라했다

맛있는 걸 해주고 싶어 식재료도 잔뜩 사놨는 데..

그래 결국 또 자신과의 싸움에서 졌다.

 

오후에 갑자기 밀려들던 저 안개

안개가 잦은 곳이기는 하다만 대낮에도 저리 짙은 안개는 오랫만이다

뮌스터에서 저런 안개를 만나면 참 쓸쓸하단 생각을 했었는 데 여기선 오히려 정답고 무슨 동화속 주인공같은 기분마저 들더라.

까마귀가 떼지어 날 지 않아서였을 까.

마구 걸어가고 싶었는 데 산속으로 들어가는 건 무섭고 찻길로 나가는 건 두렵고..

 

물론 그제 장에 다녀오다가 만났던 안개의 느낌은 달랐다

가로등하나 없이 캄캄하고 안개로 한치앞도 볼 수 없는 길을 혼자 달리는 데 무슨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었달까

 

비내리고 안개자욱하고 특이한 겨울이다만

사야에겐 그리 낯설지않은 겨울이라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