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응답하라 사야의 1994...ㅎㅎ

史野 2015. 12. 13. 23:09

요즘 응답하라 1988이 유행이니 사야도 시류편승 좀 하자..ㅎㅎ


세상에나 무소카놈이 드디어 결혼을 한단다.

결혼을 안할거라고는 생각하진 않았지만 막상 결혼날짜를 잡았다는 소식을 들으니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결국 하는구나 싶어 신기하기도 하고..ㅎㅎ

연애야 늘은 아니어도 자주 하고 있었는 데 그 놈의 심장은 어찌 그리 더디 뛰는 건 지 안타깝기 그지없었는 데 만난 지 육개월만에 날도 잡은 걸 보면 이번엔 정말 사랑에 빠졌나보다.


여기 사진도 여러번 올라오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무소카놈이랑 사야는 94년 봄에 독일 어학원에서 만났다.

(그러고보니 신기하게도 무소카놈도 고기공놈도 리즈도 마유미도 다 어학원에서 만났네. 언어 안배웠으면 어쩔뻔 했니...^^;)

당시 그 놈이랑 또 삼성에서 파견나오셨던 분이랑 셋이 한국식당에 밥먹으러 다니고 함께 사야네 시댁에도 가고 나름 참 재밌게 지냈더랬다.


뒤셀도르프에는 같이 한 일년정도 있었나? 그 놈은 타도시로 대학을 가서 전화통화만 하다가 사야는 아일랜드로 떠나고 돌이켜보면 그리 자주 만나고 산 것도 아닌데 어찌 사야에게 참 중요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친남매는 아니지만 거의 친남매랑 비슷한 아무리 오랫만에 만나도 반갑고 가끔씩 전화통화만 하고 살아도 믿음이 가고 뭐 그런 관계?

어쩌면 그래서 참 고마운 놈이기도 하다.


사람은 다 유유상종이라지만 그 놈은 아니다. 사야랑은 정말 달라도 너무나 다른 놈이다.

시니컬하고 자기관리 철저하고 막 철인삼종경기같은 거 하는 그런 인간..ㅎㅎ

힘들 때 전화하면 늘 냉정하고 단 한번도 사야편을 안 들어주기에 역으로 사야는 힘들 때 그 놈의 충고가 더 듣고싶었는 지도 모른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언제까지 그렇게 살거냐고 채찔직하던(?) 놈이고 몇달 전에도 그럼 그렇게 근근히 살겠다는 거냐고..ㅜㅜ  한심해했는 데 진짜 이상하게도 그 놈이 그러면 별로 섭섭하지가 않다.

물론 철없는 사야는 무소카놈이 그러더라며 고기공놈에게 일르기는 한다만..ㅎㅎ


어쨌든 지금 응팔의 녀석들보다도 한 살이 많은 놈. 어찌보면 진즉에 가정을 꾸렸어야하는 나이다만 인간이 뭐 다 똑같이 살 필요는 없는 거니까.

드디어 결혼을 결심할만큼의 사람을 만났다는 게 사야로선 기쁜 일인데 도대체 어느 여자가 그 놈 마음을 사로잡았을까는 그 놈을 아니까 별로 안 궁금하다

사야가 궁금한 건 그 나이가 되어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을 때의 기분이 어떨까하는 거다. 물론 물어본다고 말해줄 놈도 아니니 안 물어봤다만 지금 느끼고 있을 그 기분이 부럽다

물론 사야도 사랑도 하고 연애도 할 수 있겠지만 돌싱이 하는 거랑은 전혀 다르지 않을까? 첫 느낌이라는 것 말이다.


겨울비가 내리던 날, 오후에 전화를 받고는 사야는 내내 추억여행을 했더랬다.

역시 신기한 게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처음 만났던 독일에서의 그때 시간이 많이 떠오르더라.

왠지 기분이 이상한 게 조카들 이야기에 썼듯이 이십년 넘게 알던 놈이 드디어 결혼을 한다니 또 한 시대(?)가 지나가는 느낌이었달까

그 놈이 아빠가 되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는 건 엄청 기대되는 일이기는 하다.

천지개벽과 비슷한 생각이나 삶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아니 달나라에 사는 것 같았던 그 놈도 사야랑 비슷한 인간의 수준(?)으로 오지 않을까? ㅎㅎ


섭섭한 면도 있다. 이젠 아무리 힘들어도 그 놈에게 전화하는 건 어렵겠다는 생각. 물론 그 놈이야 누나가 언제 전화했다고 그러냐고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하겠지만 막상 고기공놈도 결혼하니 고기공놈남편 눈치도 보이고 당연히 그게 쉽지가 않더라

당장 오겠다는 것도 아니고 같이 함 누나보러 가야하는 데, 하는 그 놈에게 지금은 안된다고 팔짝뛰니 그럼 서울은 나올거냐던데 그것도 아니라고하고..

전화끊고 생각해보니 사야는 정말 요즘 사람꼴 못 갖추고 살고 있다란 생각에 씁쓸하더라.

대신 정말 근사한 결혼선물을 해주고 싶은 데 그게 뭘까도 고민중..

지금 날을 잡았다는 거고 결혼은 내년 삼월이라 아직 시간은 있고 이 나쁜 놈은 역시나 그럼 그때는 서울 오는거냐고 빈정거리던데..ㅎㅎ

당근 가야지.

그래 물론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사야가 무진장 노력은 하겠다만 그게 또 쉬운 일은 아니다..ㅜㅜ


우짜든둥 무소카놈이 결혼을 한다네

행복 운운했다가는 그 놈에게 그 열배에 해당하는 잔소리를 들을 것 같아 못하겠고

앞으로 진행되는 삶을 어찌 그 놈 방식으로 풀어갈 지는 진짜 궁금하다니까..ㅎㅎ


아 셋트는 아니지만 사야인생에서 고기공놈이나 무소카놈이나 비슷한 의미인 관계로( 이러면 고기공놈이 섭섭하려나..ㅎㅎ) 생각난 김에 고기공놈이 천안에 집을 샀다는 이야기도 써야겠다.

그게 서울이었으면 좋았으련만 이제 고기공놈은 진짜 천안댁이 된다

결혼한 지 거의 삼년인데도 그 집에 한번도 안가본 주제에 할 말은 아니다만 막상 집을 샀다니 이것도 약간 섭섭하네.

그러니까 한 번도 못 가볼 만큼 여기서 천안이 멀어서..ㅎㅎ


아 몰라

자식을 떠나보내는 어미맘이랑 같지는 않겠지만 사야는 왠지 좀 무소카놈이나 고기공놈이나 둥지를 찾아 떠난 것 같은 그런 기분.

열한시반에 전화했는 데도 안받았다고 그 시간에 그럴 누나가 아닌데 무슨 일 있나 담날 또 전화하는 무소카놈이나 언니 잘 살고 있는 게 대견하다는 고기공놈에게는 뭐 이율배반적 아님 적반하장적 반응일 수는 있겠다만 뭐 사야가 그렇게 느낀다고.ㅎㅎ

그것까지는 사야기분아니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