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맛이 기억하는 시간들

史野 2015. 12. 12. 00:27

 

입맛이 없어서 한시간을 고민만 하다가 밥을 볶았다

비빔밥을 좋아하긴 한다만 볶은 밥도 잘 먹는 데 그게 아닌 추억의 볶음 밥

 

진짜 오랫만에 김가루 참기름 깨소금 맛이 아닌 올리브기름에 편마늘 달달 볶아 채소 때려넣고 서양식 볶음밥을 해먹었다.

 

마늘 양파 당근 버섯 가지 시금치에 참치통조림 특별할 건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재료일 뿐이었는 데

거기에 소금후추는 기본이고 단지 오레가노만 섞어도 서양식이되더라

 

근데 맛있더라 추억의 맛이더라

없던 입맛이 돌아오는 게 사야에게는 엄마의 맛이더라

많을 것 같았던 접시를 싹 비웠다

그리고도 막 생각나는 건 사야가 해먹을 수 없는 음식들이더라

 

격한 그리움이란 건 사실 인간이었다기보다는 음식일 때가 많았다

먹어본 적도 없는 음식을 들어본 적도 없는 재료로 해보고 있는 사야가 벅차다

사야는 그냥 저런 간단한 볶음밥이나 파스타같은 걸 하며 전업주부란 삶을 살았었거든..

 

그래 그 격한 그리움

오레가노향기로 느끼는 사야의 십오년의 세월

잊을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사야의 삶

 

오레가노의 향

사야에겐 그리움의 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