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겁했다...ㅜㅜ
새벽에 잘려고 양치를 하는 데 물이 나오질 않는거다
여기살면서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 어찌나 당황스럽던 지.
펌프가 남의 집 마당에 있는데다 그 깜깜한 데 어찌할 수도 없고 일단 조금이라도 자고 날 밝으면 보자란 마음으로 누웠는데 잠이 올리가 없다
비몽사몽 뒤척이다 일어나 다시 확인해보니 역시 안나온다.
옷을 챙겨입고 가봤지만 사야가 봐서 뭘 아나. 옆집들이 비었으니 어디 물어볼 곳도 없고 진짜 그 순간의 암담했던 기분을 뭐라 설명할 수가 없다
지난 봄에 모터를 새로 갈았는데 그럼 메인모터에 문제가 생긴건가 아님 요즘 습한 날씨때문에 전기에 문제가 생긴건가 세 집중 두 집은 수도를 놓았고 사야혼자만 지하수를 쓰고 있는 지라 더 막막했다지
커피라도 한잔 마시고 싶었지만 생수를 안사먹는 사야는 그거하나 끓일 물도 없네.
생쇼를 하고는 어찌어찌 큰 돈 안들이고 해결은 되었다만 진이 다 빠진다
요즘 골치아픈 일들도 좀 있고 잠도 못자 컨디션이 나쁜 이유도 있었겠지만 평소 사야답지않게 해결되기 까지 몇 시간이 감당이 안될만큼 벅찼다.
아 정말 지친다, 란 기분?
오버하자면 처음으로 사야랑은 천만리는 떨어져있는 것 같았던 자살하는 인간들의 심리를 순간적으로나마 이해했다.
이렇게 데여놓고서도 도대체 남들 다쓰는 수도가 왜그렇게 싫은 건 지 이 지랄맞은 성격에 또 다시 절망.
어쩔 수 없이 수도를 써야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수를 포기하고 싶지가 않다.
이것도 일종의 병적이랄 수 있는 문제인 데 수돗물에서 나는 약냄새도 싫지만 국가가 통제하는 것중 최소한 하나에서만이라도 자유롭고 싶다
물론 몇 년 문제없이 썼었는 데 올해만 벌써 두 번째나 문제를 일으키는데다 그 땅주인이 사야가 지하수를 포기하길 바라는 듯 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수십년간 일어나면 무조건 커피를 마셔야 정신이 드는 사야가 술이야 당근 깼지만 씻지도 못하고 처참한 몰골로 물을 사러 나갔다 온 건 참 고무적인 일이다. 워낙 안나가니 늘고말고 할 일도 없다만 그래도 이젠 차를 타고 나가는 일이 좀 편해졌다.
차도 없고 차가 있었어도 운전을 안하고있던 시간도 있었는 데 오늘은 정말 운전을 다시 시작한 게 참 다행이다 싶더라
오늘 해결이 되었길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화장실물까지 얼마나 많은 생수통을 져 날라야했겠냐고..
따뜻한 날씨에 게으름까지 겹쳐져 난로를 매일 때지 않는 탓에 땔감이 좀 남아 미루고 있다 결국 목요일에 장작을 받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은 작두질을 좀 하고 내일은 남은 장작을 옮겨놓고 할 생각이었는 데 아무래도 밤도 꼬박새고 이런 컨디션으론 위험할 것 같아 포기.
안그래도 어수선하고 피곤하고 겁도나고 심정복잡한 날이었는 데 마당 정리 좀 하다 지쳐 들어왔더니 어쩜 그리 딱 맞춰 이번 일요일이 엄마 팔순이니 올 수 있냐고 묻네.
그냥 오늘은 한가지로만으로 되었는 데 역시나 사야인생은 슬프게도 사야를 배신하는 법이 없다.
물론 사야는 안갈거고 예전과달리 무너져내리거나 하진 않는다만 그래도 맘이 편할 리는 없다
아니 안가는 게 아니라 못가는 거다. 그 곳에 다녀오면 사야가 지금 나름은 지켜내고 있는 이 아슬아슬한 평정심을 유지할 자신이 없으니까.
용서는 했지만 원망스런 마음까지 다 사그라진건 아니다. 사야가 이젠 청춘도 아니고 충분히 이해랄까 연민이랄까 그런 감정들이 그게 꼭 엄마라서이기보단 인간이 인간에게 갖는 측은지심같은 거야 있다만 아직 그걸로 무장하기엔 사야가 너무 약하다.
그저 이제는 천륜이나 관습이나 착한 인간 컴플렉스같은 것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것에만 감사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그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는 것. 어떤 무엇보다 스스로를 지켜내야겠다는 생각.
가장 냉정하게 사야가 해야할 건 용서도 이해도 아니다.
그저 사랑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학대당했고 끊임없이 인간적인 모욕을 당했다는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런데 그게 가장 어렵다
사야의 고통이나 병은 사실 그 자체였다기보다 그게 아닐거라는 자기보호와 합리화 또는 변명,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욕구, 그 괴리감에서 기인했다
날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건 아무리 노력해도 쉬운 일이 아니더라
발가벗겨진 모습을 남에게 보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발가벗겨진 자신을 보는 건 훨씬 더 고통스러운 일이더라
팔순이 적은 나이는 물론 아니지만 사야는 구순도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만큼의 시간이 남아있다고 스스로에게 주는 면죄부는 물론 아니다.
언젠가 날 것 자체를 인정할 수 있게되어 자유로와진다면 그거야말로 사야의 복이고 아니라면 그 역시 사야의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