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참담하다

史野 2015. 11. 15. 05:20

배가 뒤집혀 수백명이 죽고 또 비행기가 떨어져 수백명이 죽고 매번 참담하다만 파리에서 총기난사로 그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건 더 참담하다.

파리같은 도시에서 그런 일이 생기다니.

파리가 뭐 대단하냐고?

사야가 아마 파리라는 도시를 지금 현시점에서 가장 상징적인 도시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거다.

우리가 강대국이라고 일컷는 나라들의 도시중 파리만큼 역사성과 현재성을 모두 겸비한 도시가 또 있을까

톨레랑스로 대표되는 나라의 중심 이차대전때도 독일인의 폭격으로 도시가 망가질까봐 항복을 선언했다는 그 도시

언제가부터는 뉴욕에 자리를 뺏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야기하는 미술과 음악이 살아숨쉬던 그 도시


지금 그게 뭐 중요하겠냐만 사야가 육개월간 살아보고 싶었던 그 로망의 도시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어마어마한 테러가 발생했다

이건 정말 비행기하나가 떨어진 거랑 같은 문제가 아니다.

쌍둥이빌딩이 무너전 것과도 다른 문제다

사야는 그런 테러사건이 일어났다는 것도 참담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생겨날 앞으로의 일들이 더 두렵고 참담하다.


하루종일 테러의 위협 두려움 인간다움 등등 사야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의 많은 것들을 생각해봤다

그러다보니 결론은 인간답게 산다는 게 무엇인가, 더라

그런데 딱 그걸 모르겠다 인간답게 사는 게 뭔지를..


어차피 인간의 역사는 죽고죽이는 거였거든

그게 전쟁이건 테러건 아님 지금 다국적기업들이 전세계에서 자행하는 합벅적 살인이건, 인간들은 살아있는 한 죽이던 지 죽임을 당하던 지 그렇게 살아왔다

우리가 인간답게 혹은 인간이라고 부르는 그 개념조차도 슬프지만 모든 인간이 아닌 돈이며 권력이며를 누릴 수 있는 자들, 그리고 거기에 빌붙어 그게 인간다움일거라고 발버둥치는 사야같은 부류의 자들, 뭐 그런 사람들의 유희같은 것일 뿐.


그래 그래서 사야는 두렵고 참담하다고.

이 일을 계기로 또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게 될까

이념도 종교도 결국은 유한한 인간들이 두려움에서 벌이는 아귀다툼이겠지만 결국은 영웅은 따로 박수쳐주는 사람들은 따로.


오랫동안 독일인의 아내였던 사야는 그 나라가 정말 부러웠었다. 진짜 사람사는 나라 어쨌든 내 나라랑 비교하면 다수의 인간들이 인간답게 살고 있었거든

그런데 그건 냉정히 말하면 우리가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이 나라에도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이 전 세계를 통틀면 그 나라 국민들이 또 그 상위가 되어 잘 살고 있는 것일 뿐. 그리고 거기엔 일종의 우리가 착취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작용한다는 것.


아 젠장

글을 쓰다 글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는 데 간신히 찾았더니 이젠 자판 하나가 안먹어 원하는 단어를 쓸 수가 없네

그래 사야는 기승전사야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대충은 거기서 벗어난 사야는, 자식이 없으니 사야보다 나은 삶을 주고싶어 뭔 짓이라도 하고싶어도 줄 상대가 없어 그 인간다움에 대해 논하고 싶다만 이젠 정말 그 인간다움이 뭔지를 잘 모르겠다고


우짜든둥 파리에 통금인가가 내려졌고 그게 이차대전이후로 처음 이라던데 그 후폭풍이 너무 거세지 않으면 좋겠다

다른 건 모르겠고 욕망에 미쳐 날뛰는 인간들때문에 그게 파리에서 음악을 듣던 인간이건 시리아에서 빵을 먹던 인간이건 더이상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광화문에서 물대포를 맞다 누군가 다쳤다던데..

그래 이게 얼마나 부질없는 소망인 지를 알아서 참담하다


예전 어떤 영화에서 화살도 아까우니 아일랜드사람들을 맨 앞에 내세우라는 대사가 있었다

수백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화살보다 못한 인간들이 그 화살대신 살고 있고 그 화살보다는 낫고자 발버둥치고 있고..

조금은 업그레이드 되어 모두가 영웅일 수는 없잖냐며 박수치는 인간들도 필요하지 않냐는 말에 또 세뇌되어 박수치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