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밤을 불태우고 ..
예전엔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면 이젠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는 사야..
그제 아침엔 또 온몸에 두드러기가 생겨 긁어대고 난리도 아니었다
진짜 가지가지한다 ㅜㅜ
어젠 또 반대로 컨디션이 무척이나 좋아서 영화보고 어쩌고 새벽이 오는데도 무슨 뽕맞은 여자처럼 무아지경
다시 남자가 그리워졌기 때문인 지도 모르겠다 무관심한 것보다는 그리워하는 게 더 정상이란 생각에..ㅎㅎ
그제밤에 남자를 알기 전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뜻하면서도 갈망하는 꿈을 꿨는 데 그 느낌이 나쁘지 않더라
그래 지금 사야는 어쩌면 욕망이 필요한 건 지도 ..
행도 불행도 아닌 이 무중력상태같은 느낌도 괜찮긴하다만 이게 진짜 해탈(?)인 지 무기력의 최고봉인 지 잘 모르겠다구..ㅎㅎ
쇼팽영화를 봤더니 또 간절히 음악이 듣고싶어져서 씨디를 걸까하다 실황이 보고싶어 올레티비를 뒤지는 데 딱 듣고싶은 게 없는 거다
이것저것 틀어보다 만난, 최정주라는 저 첼리스트
차이콥스키의 로코코주제에의한 변주곡
어찌나 연주를 잘하는 지 등을 떼고 콘서트홀에 갔던 것보다도 더 집중을 했다
그 새벽에 혼자 브라보를 외치고는 세 번을 반복해 들었다
사야야 사실 매니아라고 할 수도 없고 대단한 귀를 가진 것도 아니지만 정말 멋지더라
검색해보니 그리 유명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어찌 저런 실력으로 안 유명한 지 미스테리.
다 본건 물론 아니니까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올레티비에 있는 한국인 연주를 끝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사야로선 너무나 감동적인 연주였다
마침 창밖이 밝아오기 시작하고 푸르른 여명과 붉은 난로와 한음한음 힘있 게 짚어내는 첼로소리까지 어울려 환상적이었다
사야네 집은 동그랗고 층고도 높고 정말 사운드가 좋다 ㅎㅎ
특히 새벽에 볼륨 높여놓고 있으며 대박
여기에 근거는 없지만 황토벽도 한몫하는 게 아닌 가 하는 생각도 요즘은 든다 뭐랄까 날카롭게 반사되는 게 아닌 부드럽게 품는 느낌이랄까
우짜든둥 흥분 잘하는 사야는 또 음악회에 가고싶은 열망에 시달리다 하얀 밤를 지새웠다고 ^^;;
조성진때문에 얼마전 마우리지오 폴리니 생각을하다 사야 생전 그의 음악회는 못 볼 것 같아 우울했었다
사야의 거대한 꿈중 하나는 그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황제를직접 듣는거다 ㅎㅎ
불가능해 보이는 건 말고 잘 주시하다 저 첼리스트 음악회에는 꼭 가보고싶다
프로필도 자세히 안나오고 나이가 몇살인 지는 모르겠지만 뭐 살다보면 그런 날도 오겠지?
사야도 나이가 들어가나보다
어차피 독일까지 싸들고 간 첼로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데 계속 레슨을 받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미련
그 시간에 다른 걸 하지.도대체 언어에는 왜그렇게 집착했을까 ,하는 미련
다 결과론적인 이야기고 실제로는 그 언어에 대한 집착때문에 떠도는 삶이 남보다 더 편했던 건 데도 말이다
물론 사야는 지금 신이 그나마 남아있는 외국어능력과 개와의 완벽소통중 택일하라면 당근 후자다 ㅎㅎ
액자가 조금만 삐뚤어져도 과자를 그릇이 아닌 봉지째 먹는 것도 못 참아 하던 사야는 지금 돼지우리보다도 엉망인 집에서 추워졌다고 저리 굴매생이국도 연포탕도 끓여먹고 김치도 담는다.
같은 맛이 날지는 모르겠다만 이번엔 엄마김치다
왜 갑자기 엄마김치가 담고싶었는 지는 묻지마라^^;;
아 오늘은 또 이렇게 하얀 밤을 지새우는구나..
각설하고 잊고 있었던건 아니었는 데 아니 솔직히 구체적으로는 잊었는 데
작년 하늘로 간 이백오십명의 아이들이 오늘 수능을 봐야하는 날이란다
아니 이백오십명이 아닐 거다
수능을 포기했을 지도 모를 아이들도 많았을거다
가난한 집 애들이 왜 배타고 수학여행은 가는 거냐고 말한 사람도 있었잖아.
의미가 퇴색되었다지만 사야가 학력고사를 치르던 정확히 삼십년 전에도 그리고 그 전에도 후에도 우리는 수능이 얼마나 중요한 건 지를 다 안다
그래서 어쩌면 이 날이 생일보다도 더 그 부모 형제 오백명이 훨 넘는 이들에게 쓰리고 아픈 날이겠다
아 그런데 사야는 이 새벽 갑자기 떠난 놈들보다 진짜 잊고있었던 살아남은 놈들이 신경쓰인다
그 지옥에서 자의건 타의건을 떠나 살아남은 그 놈들은 안녕한가..
난세에 필부가 치욕을 견디는 방법은 이 모든 것에 눈을 감으며 침묵하는거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게 치욕이라는 것도 잊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