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기억
이렇게까진 아니었는 데 바뀐 낮과 밤이 노력해도 안 잡힌다
무엇보다 술이 안 취한다
잘려고 마시는 건데 아침까지 마셔도 안 취하니 미치고 팔짝 뛰겠다
그래 시월이다
산 세월이 쌓일 수록 사건사고 없었던 달이야 어디 있겠냐만 사야에게 시월은 팔월이나 비슷한 그런 달이다
결혼도했고 그러니까 한국을 떠났던 것도 시월이었고 이혼도했고 그러니까 그 남자를 마지막으로 본 것도..
첫출근도했고 아버님도 돌아가셨고 고기공놈아버지까지도..
사야가 이 집을 샀고 호박이가 태어나 사야에게 왔고 이혼도 안한 주제에 돌아왔다며 리유니언파티를 떠들석 했던 것도
심지어 사야가 백록담에, 대청봉에 처음 올랐던 것도 다 시월이었다니까
이 찬란하고 아름다운 시월에 미리오신 시부모님과 셋이서만 서울과 속초와 제주도를 마구 쏘다니던 기억
생전처음 집을 사곤 복층을 올리고 울타리를 만들며 설레였던 기억
시아버님이나 고기공놈아버님이나 막판 몇주 심각하게 진행이되었기에 또 매일매일이 피마르던 기억
이혼하러 온 남자랑 홍대며 잠실이며 서점이며 서로의 슬픔을 감춘채 멜로도 아니고 거의 로코 찍고다녔던 기억.
좋았던 기억이건 슬프고 애절했던 기억이건 저리 햇살이 부드럽고 포용적인데다 눈에 닿는 곳마다 색감은 또 환상적이고
그래서 시월의 기억은 다른 어떤 기억보다도 조금은 더 절절히 각색되는 건 지도 모르겠다.
사야에게 시월은 모든 뇌세포가 활동하는 달
눈도 코도 몸의 기억까지 적나라하게 반응하는 달
무엇보다 가슴이 뜨거워 지는 달
기억만으로 행복한, 그 기억때문에 괴로운 달
살아있다는 걸 처절히 느끼는 달
당신이 너무 보고싶고 너무 미안하다
아 진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