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史野 2015. 9. 9. 23:13

어제는 짱가놈이 간 후에 요즘 힘든 시간을 버티고 있는 누군가와 새벽까지 좀 심각한 통화를 한데다 글까지 올려놓고 뒤척이다 잠이 드는 바람에 또 제때 못 일어나고 헤매는데 옆집에서 사야를 마구 부른다.

포크레인까지 와있고 공사를 좀 해야하니 차를 빼달라는 거다.


새로운 땅을 등기하려했더니 잔디가 깔려있다고 등기를 해줄 수 없다고 했단다. 밭처럼 보이게 만들어놓으랬대서 포크레인이 잔디를 걷어내야한다나. 이건 무슨 눈가리고 아웅도 아니고 밭에는 잔디깔면 안되는 법이라도 있나 진디나 잡초나 뭐 풀은 풀이지 뭐 그리 다른가?

사야네 집이야 큰 변화가 없었지만 이웃집들은 벌써 몇 달전에 공사를 마무리 짓고 잔디 살린다고 엄청들 애쓰셨는 데 포크레인이 땅을 밀고 있는 걸 보니 심란 그 자체.

그 땅을 우선 사신 옆집분이 외국에 나가계시기도 한데다 사야도 정신이 없어서 잊고 있었는 데 진짜 법적으로 마무리가 어찌 될련지 돈은 얼마나 지불하게 되는 건 지 엄청 궁금하다

세 집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사도로의 지분을 새로운 땅과 계산해서 세 집의 땅을 또 분할해야하고 거기다 모양그대로 분할을 하게되면 사야는 지금대문이 남의 땅을 밟고 들어오는 형국이 되는 데 그건 또 어찌 해야하는 지 그리고 지금이야 거의 방치상태지만 새로 생기는 땅은 주차장으로 쓰더라도 어느 정도 공사는 해야할 것 같은 데 아 골치아파.



갑자기 엄청 추워져서 하루종일 긴바지와 긴팔을 입고 있다. 이 곳은 다른 곳보다 더 긴 겨울인 지라 벌써 월동준비를 시작해야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실내온도 16도는 좀 심한 것 같아 최소 18도는 유지했으면 좋겠는 데 작년에 시도하다가 기름을 홀라당 써버려서 배달오신 분이 벌써 다 썼냐고 놀래셨을 정도..작년엔 그래도 기름값이 싸서 속은 덜 쓰렸지만 그래도 놀래서는 다시 16도로..ㅜㅜ


어차피 새는 지붕을 고쳐야하기도 하고 지붕에둘려진 판자도 자꾸 떨어지고있어 하게되면 공사가 좀 커질 것같아 겸사겸사 지붕에 단열공사까지 하고 싶은데 비용이 만만치않아 고민이 많다. 거기다 사야네집은 동그랗다보니 더 복잡하기도 하고..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이중으로 돈을 들이는 것보다 한번에 해결하면 좋을텐데 지붕공사를 하면 대충 그 2도는 해결될 것 같은데..

침실이나 거실이 새는 건 아니니까 아예 보수공사도 미뤄버리고 침대도 거실로 빼버려 원룸형태로 겨울을 나볼까 그것도 아님 부엌이나 침실쪽으로 화력짱짱한 펠릿난로로 하나 더 설치해볼까 그럴려면 부엌구조도 좀 바꿔야하는 데 머리가 복잡복잡


난로의 연통도 이년만에 한번은 바꿔줘야한다던데 벌써 사년이나 썼고 늘 어디서 장작을 사냐도 고민인데 다행히 작년에 시켰던 곳에서 주문하면 되겠지만 불쏘시개용 나뭇가지들은 사야가 직접 해놔야하고 데크며 울타리며 오일스텐도 함 발라줘야하고 구석구석 실리콘처리도 다시 해야할 것 같은 데 모든 게 그저 벅차기만 하다.

독일은 주택의 모든 유리쪽엔 셧터가 설치되어있어 추위 더위는 물론 방범용으로도 딱인데 한국주택엔 왜 그런 걸 일반화하지 않는걸까 사야도 최소한 거실 통창앞에만이라도 가게셧터같은 걸 설치해볼까

주택에 살고 싶긴 했어도 혼자살 생각은 아니었으므로 거기다 사야가 알던 전원주택은 시댁이 유일했으므로 정말 난감..ㅎㅎ


그래 뭐 아무것도 안하고 겨울이 들이닥친다고 해도 추워추워하면서도 눈온다고 신나하고 그래도 쉽게 몸을 녹일 수 있는 난로라도 있는 것에 감사하며 또 그렇게 살아내긴 하겠다만 작년처럼 커다란 등치로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며 열을 발산하고 곰인형처럼 체온을 전달해줄 새깽이들도 없는 데 그리 쉽지는 않겠다.


어렸을때부터 사계절이 아름다운 살기좋은 나라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추울 뿐 아니라 에어컨도 난방기구도 맘대로 쓸 수 없는 이 나라가 별로 살기 좋은 나라는 아닌 것 같다.

물론 그래서 그 극한을 왔다갔다하는 사이의 봄이나 가을이 찬란하고 아름다운 건 맞는 것 같다만. 사야가 살아본 어떤 나라에서도 이 나라처럼 격한 변화는 겪어보지 못했으니까.

아마 한국인들의 극한 성격도 극을 왔다갔다하는 날씨탓인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이 나라에선 모든 게 너무 극적이다.


아몰랑

어차피 이 집을 정리한다고 해도 어디 갈데도 없는 데 그리고 고맙게도 사야는 여전히 땅을 밟고 살 수 있는 이 집이 좋은 데 거기다 어차피 싼값에 집을 샀으니 이런 저런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도 맞는 데 그래도 뭐 벅찬 건 벅찬거지. 벅차다고 말도 못하냐..

벅차 벅차 벅차 벅차!!! 백번 외치고 싶다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