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과 희망사이
하늘이 참 예쁜 날이었다
신기하다
이런 걸로 가을이 오고있다고 느낄 수 있고 그게 늘 감격스럽다니
물론 이 곳엔 가을과 겨울이 동시에 온다만 그래도 나쁘지않다
긴 겨울 추위와 싸워야하는 건 때론 공포다만 그래도 새하얀 눈과 유리처럼 부서질 것같은 맑은 햇살아래 찬 공기가 또 그립기도 하니까
사야의 마당도 이제 차츰 시어머니의 정원같은 모습을 갖춰가고있다
정말 죽도록 고생을 해도 아직 갈 길이 멀었다만 그래도 역시 공포스럽던 잡초들에서 조금씩 자유로와지고 있다는 건 참 좋다
특히 깜깜한 밤에 마당에 앉아 있으면 이제 이 공간도 통제가 가능해지나 싶어 뿌듯하기도 하고..
생각해보니 저게 다 잔디는 아니더라도 이사오자마자를 빼곤 저리 푸르른 마당이 처음이다
수확한 오이로 특이한 오이김치를 담아봤다
뽕잎도 넣고 페파민트차를 육수로 쓰고..
맛이 어떨까는 전혀 안 궁금하다 그냥 그 오이들로 뭔가 근사한 모양새를 만들었다는 걸로 감사..ㅎㅎ
올해의 마지막일 수있는 칡꽃차를 우렸다
오늘은 정말 할일이 너무 많아 짜증이 날 정도였는 데 그래도 끝물인 칡꽃이 따고 싶어졌다
늘 무수리과라고 말하는 사야는 사실 무수리과가 아니라는 걸 요즘에야 실감하고산다
게으른 주제에 왜그리 이불빨래는 자주하고 반찬은 왜 또 꼭 접시에 담아먹어야하는 지
정말 간절히 청소부도 식기세척기도 필요하다..ㅜㅜ
우짜든둥 고민이 너무나 많다 아니 할 일이 많다는 게 더 맞는 말이려나
아니 그것도 아니고 하고싶은 일이 많다는 게 더 맞는 말이려나
정말 스스로가 넘 한심해 딱 주저앉아 울고싶은 데 그래도 웃음이나고 혼자 먹는 밥은 여전히 맛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