史野 2015. 8. 13. 01:05

 

 

 

 

 

벌써 쌀쌀해서 겉옷이 필요하다만

마당에 앉아 오랫만에 재즈음악을 듣는 이시간이 좋다

포도주가 없어서 요상한 칵테일을 마시고 있지만 나쁘지않다

 

오늘은 하루종일 선선해서 집안과 마당을 오가며 일을 하다가 문득 이젠 삶을 견디는 게 아니라 살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야가 삶을 그냥산다 , 라니

 

근데 이런 벅찬 인식후에도 할일이 워낙 많았던지라 그냥 계속 살았다..ㅎㅎ

 

잔디깎기를 산 이후 사야는 정말 자유로와졌다

아마 인류사의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이 곳의 변화일거다

그러니 또 욕심이 생기더라

 

폐가만 면하는 수준으로 사는 것에 감사하고 그것도 벅찼는데 마당의 큰 부분의 잡초가 해결되니 사야도 근사한 마당에 살고싶어졌다

욕구야 왜 없었겠냐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시도해보고 싶더라

 

그래서 철물점에도 갔다

겨우 저거 사왔으면서도 완전 뿌듯. 무슨 면접에 붙은 기분이다

저 낫이면서 낫같지 않은 걸로는 울타리쪽 잡초들을 작살내고 있는 중이며 갈퀴는 당근 그 흔적들을 모으고 저 푸대자루로는 여기저기 짱박혀있는 물품들을 버리는 것

백색시멘트의 용도는 나중에..^^;;

 

정말 기를 쓰고 노력했던 선물받은 능소화는 어찌 살려 자리를 잡은듯한데 옆에있던 칡넝쿨이 고사중이다

워낙 흔하고 왕성해서 다른 게 고사할때만큼 마음 아프진 않지만 그래도 사야의 의도와달리 말라가니 속상하다

동물이 아프면 의사를 찾는 것처럼 전문가에게 간절히 묻고싶다..ㅜㅜ

 

키가작은 사야가 올려다볼일이 별로 없는 지붕에서 사야의 그 능소화는 여전히 저리 홀로 꽃잔치를 하고 있다

지붕에 맞닿아 뜨거울텐데 올라가서 내려줄까, 순간 생각

가진자의 여유인가

선물받은 능소화가 자리를 잡은 이후엔 그냥 안쓰러우며 정이간다..^^;;

 

 

그래 우짜든둥 사야가 살고있다

신이나 빅브라더나 아님 무당에게라도 어 왜이런거죠?, 어찌 가능해진거죠? 계속 가는 건가요? 등등 묻고싶은 심정이다..ㅎㅎ

 

 

편안하고 고마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