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추억은 아름답다..ㅎㅎ
고기공놈부부가 이번 목요일 도쿄로 휴가를 간다.
가라고 하긴 했지만 도쿄야 워낙 좋은 곳이 많은 지라 알아서 하겠거니 신경도 안쓰고 있었는데 오늘 오랫만에 고기공놈하고 통화를 하고나니 그래도 명색이 도쿄에 사년이나 산 사람으로 뭔가 아주 특별한 걸 말해주고 싶어졌다.
뭐랄까 그 곳에 가면 경험해볼 수 있는 최대치랄까
그래 억만년만에 일본야후도 들어가보고 몇 번 통화를 하다보니 옛 생각이 진짜 물밀듯 밀려오는거다
고기공놈은 사야가 일본에 살 때 한번에 일주일씩 두번을 다녀갔다.
문제는 이 사야보다 열한살이 어린 놈이 기억력은 거의 치매수준이라.ㅎㅎ 그게 어디었죠? 그랬어요? 계속 묻는거다..ㅜㅜ
반면 기억력에서는 정말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사야가..ㅎㅎ 거긴 어디였고 그때 뭘 했고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다보니 고기공놈 여행계획이 아니라 둘다 옛생각에 빠져서는 이 놈왈 언니 그때 정말 좋았는데 우리 다시 그런 여행할 수 있겠지요. ^^;;
엄밀히 그런 여행을 어찌 다시하겠냐 그건 사야가 거기 살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여행이었다만 어쨌든 여행이 아름다운 건 장소도 장소지만 여행파트너때문이기도 하다.
고기공놈은 사야의 상황이 상황이었다보니 더블린시절부터 따지면 사야가 가족빼곤 가장 많이 같이 잔 사람일 수도 있겠다..
정말 어디를 데려가도 무엇을 해도 아님 아무것도 안해도 그냥 그 자체를 만족스러워하는 사야입장에서는 최상의 파트너다
가다가 그냥 아 여기 넘 좋으니까 오늘은 그냥 술이나 마시자, 이래도 그러죠 뭐, 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나중에 아 거기 진짜 좋았는데, 뭐 이런 인간이니..ㅎㅎ
사실은 그래서 더 아름다운 추억이 많은 지도 모르겠다. 뭔가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걷다가 비가 와서 들어간 찻집이, 모르는 길을 헤매다 잠시 커피마시러 들렸던 카페가, 출출해서 그냥 들어간 식당이 십년도 넘었는 데도 이야길 하다보니 여전히 멋지고 근사한 풍경으로 다시 살아나니 말이다.
물론 고기공놈의 첫번째 도쿄방문후엔 곧바로 그녀가 와서 고기공놈과 했던 거의 같은 코스를 걸었고 두번째 방문은 아예 셋이 함께 걸었으니 그 추억엔 그녀도 포함이다만 잊을 순 없어도 생각하면 슬프니 그냥 빼기로 하자..ㅎㅎ
어쨌든 사야도 다시 도쿄의 그 거리를 걸어다니고 싶다만 여행이 아니라 그리 걷다가 예전처럼 그저 집으로 돌아가는 그런 경험이 다시 하고 싶다
불가능하기에 더 그리운 건 지도 모르겠다
사실 고기공놈에게도 그 여행들이 더 좋았던 건 도쿄로 여행온 게 아닌 사야를 만나러 온 게 목적이었기에 그냥 슬렁슬렁 돌아다니다 아파트로 돌아와 또 편안하게 앉아 술한잔하고, 그런 특별한 분위기때문이었을 거다.
그러니까 사야가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 독일에가서 시누이집에 한 일주일정도 묵다와야겠단 생각을 하는 이유이기도 할거다.
아 정말 머리에 떠오르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 이야기가 자꾸 삼천포로 빠질려는 걸 다 잡고 있다만..ㅎㅎ
우짜든둥 사야에게 도쿄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도시다. 아니 더 나아가 사야가 살아봤던 곳 중 가장 사람답게 살 수 있었던 도시이기도 하다
물론 거기엔 떠돌다 지친 사야가 그 도시에선 가장 외국인 취급을 덜 받았던 이유가 크다. 전혀 일본같지 않은 아파트에서 사년을 꼬박 영어를 쓰며 살았으면서도 그러니 신기한 일이다.
어찌보면 일제강점기동안 왜 그리 많은 인간들이 결국은 일본에 동화되어 심지어 매국적인 행위까지 하게되었는 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만 이건 사야가 박정희는 그렇다쳐도 김무성아버지며 이 땅의 이중적인 모습에 요즘 너무나 분노하고 있는 관계로 나중에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사야는 추억여행중이기도 하니까..^^;;
아직 가지도 않았는 데 고기공놈이 돌아오는 날까지 도쿄생각을 많이 하게될 것 같다.
그러고보니 도쿄를 떠나온 지 벌써 팔년이다
당장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그리고 언젠가 가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설사 가보지 못한다하더라도
도쿄는 사야에게 늘 그럴 것 같다. 생각하면 따뜻한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