史野 2015. 8. 2. 00:39

 

 

 

 

 

 

 

 

달빛과 촛불

딱 그 두가지를 의지해 보낸 밤이 참 좋았다

세상에 온전히 혼자인듯한 느낌

 

 

집안에 오솔길이 생겼다

감당하기 힘든 공간이었는데 저리 귀여운 오솔길로 변신을 하니 일없이도 왔다리갔다리..

 

 

저 능소화, 아침햇살을 받으니 느낌이 또 많이 다르다

좋다, 라고 생각했다

 

 

마당에 신경쓰느라 담근 열무김치를 냉장고에 넣는 걸 잊었다

이미 신김치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첫 열무냉면은 맛있다

 

 

찬거라면 질색을 하는 사야도 찬물샤워를 강행할 정도의 무더위에 울 호박인 저리 이불을 뒤집어 쓰고있다

뱃속에서 나온 게 아닌 개자식인데 하는 꼴이 하도 비슷해 유전자 검사라도 하고싶은 심정이다

물론 사야도 여전히 선풍기 한번을 안틀고 살고 있다만 털옷도 입은 놈이 대낮에 저러고 있는 건 헛웃음이 난다

 

 

올해 처음으로 소낙비가 내렸다

무진장 반갑더라

표현은 잘 안되었다만

솔잎에 맺혀있는 빗방울에 담긴 햇살이 보석같았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이것만으로는 안되더라

삶에선 예기치않는 일들이 일어나고 그러면 사람에게 이해받고싶더라

 

그런데 안되더라

인간은 결국 딱 자기가 경험한 것만큼만 이해하더라

아니 그것만이라면 다행일텐데 꼭 자기가 본 세상이 전부인양 판단하고 재단하고 독설도 서슴치않고..

안다 슬프게도 그 인간중 사야도 포함인 것을..

 

인간에게 절망할때마다 간절히 전남편이 그립다

그 남자라면 지금 사야가 왜 절망하는 지 이해해주고 그치만 왜 또 거기서 희망을 찾아야하는 지도 말해줄 수 있을텐데

아니 그가 신도 아니고 그저 서로 몇시간을 이야기하고 또 하다보면 얻어지는 결론이겠다만..

 

우짜든둥 이해받지 못한다는 건 참 외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