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피고지는 꽃과 꺼질듯 말듯한 초

史野 2015. 7. 1. 00:36

 

 

 

 

 

 

 

 

 

 

아침햇살을 받은 능소화는 또 느낌이 다르다

근데 사야네는 이리 극적으로 피는 능소화가 이웃집에선 아주 자연스레 동시만개를 앞두고 있어 신기

 

아킬레아는 아마 올해가 마지막이지싶다

꽃은 저리 화려하게 피었다만 줄기들이 영 시원찮다

하긴 나무도 아니면서 육년 째 피고있어 놀랍기는했다

 

하얀 으아리가 피어도 감격스럽지만 솔직히 보라색이 더 예쁘다

이젠 겹꽃도 키워보고싶으니 사람욕심이란 참..

 

꽃집아주머니가 추천해주셨던 미니칸나가 피기시작했다

주변이 노란꽃들이라 그리 빛이나진 않지만 참 예쁘다

빨간건 기대보다 별로..

아직 분홍이 남았는데 많이 궁금하다

 

사야에겐 역시 귀한 꽃인 부레옥잠화가 매일 저리 꽃을 보이고있다

원추리도 그렇지만 딱 하루만피는 꽃들은 매일 피어도 그 꽃이 그 꽃이 아니므로 남다르다

물론 그게 셀수없을만큼의 다수가 되어버리면 역시나 그 의미를 잃게되지만 말이다

 

쑥부쟁이도 그 소박한 모습을 드러내고 씨가 말랐나싶어 안타까왔던 봉숭아도 몇 뿌리 자라고있다

이렇게말하면 뭐 사야가 안 좋아하는 꽃이 있겠냐만 격하게 아끼는 꽃인데 방치했던 마당에선 그 생명력 강한 봉숭아도 드물다

근데 생각해보니 야생에서 봉숭아를 본 기억이없다

봉숭아가 아무리 쉬운 꽃이라도 물이 많이 필요한 꽃이란 결론

 

예고되었던 선물이 도착했다

티초나 보내랬더니 엄청나게 고급스런 향초가 세 개나 왔더라

사야가 꽃만큼 좋아하는 게 또 초.

넌 안 좋아하는 게 도대체 뭐냐고는 묻지마라 ㅎㅎ

 

근데 세상에나 가장 맘에드는 향을 골라 켰더니 불량인거다

선물이니 왠만하면 참을렸는데 아무리봐도 넘 고급져서 안되겠더라지

제조자에게 특별부탁까지 했다던데 미안해하는 놈을 보니 괜히 말했나 싶고..ㅜㅜ

 

어쨌든 고등학교때부터이니 사야의 초인생도(?) 삼십년이 넘었다

어쩌면 꽃보다 저 연약한 불빛에 위로받고 살았던 시간이 더 길었던 지도 모르겠다

당시에는 창호지문이었는데 켜놓은 초가 다 타버릴 때쯤 그 종이문이 조금씩 밝아지던 그 불면의 날들

 

사야에게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왔던 기억을 꼽으라면 역시나 성탄절에 전나무에서 타고있던 수십개의 초일거다

물론 인접한 가지에서 조금씩 말라가던 그 은은한 향도..

 

오늘도 그런 밤이다

불꽃은 화려하지않지만 은은한 향이 가득한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