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마당이 주는 기쁨

史野 2015. 6. 16. 22:14

 

 

 

 

저녁 때 또 겁나게 비가 내렸다

벌써 세번째인데 이런 비는 여전히 참 낯설다

 

우짜든둥 요즘 사야네 마당은 참 보기가 좋다

지들이 알아서 꽃을 피운다는게 이렇게 가슴벅찬 일일줄은..

 

거기다 드디어 능소화가 꽃망울을 만들어냈다

연양리사절 구입했던거니 꽃을 보게 되는 건 오년만인가보다

가마쿠라에서 처음 능소화를 보았을 때의 감동은 여전히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남도에 살며 그 흔하디흔한 꽃이 피는 마당에 얼마나 살고싶었는 지 모른다

쌀알만했던 꽃봉우리가 조금씩 커져가는 걸 바라보는건 큰 기쁨이다

 

기쁨만 있는 건 아니고 오디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ㅎㅎ

신경을 못쓰고 있다 얼마전 병충해에 걸린걸 알아 가지도 좀 잘라내고 목초액도 뿌려놓고는 또 잊고 있었는데 어마어마한 양이 집안밖을 더럽히고 있더라는 것

 

여전히 잎에 벌레들은 살더만 목초액이 나름 효과가 있었는 지 의외로 멀쩡한 오디들이 마구마구 떨어지고있더라지

일단 너무 아까우니 줍고 따고 효소담그고 오늘은 저리 우유랑 갈아 마셨다

 

처음에 열매가 조금 열릴 때는 감동스럽기만했는데 아무래도 오디는 이런 작은 마당에 심을 나무는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마당에서 뭔가를 따먹는 건 여전히 설렌다

대추나무에도 꽃이 많이 핀걸보니 잘하면 올해는 대추도 딸 수 있을 것 같고 야생머루도 동글동글 맺힌게 신기하다

 

이제 겨우 사년 반 남짓인데 이 마당이 십년을 채우면 어떤 모습일까

늘 꽃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갑자기 이런저런 과실 나무가 마구 심고 싶어진다.

 

사야로선 폐가수준을 간신히 면하는데도 참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 마당이 있어 다행이고 무엇보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