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당신도 보고싶다

史野 2015. 6. 1. 00:35

아주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한국에 돌아온 이유중 오십프로가 당신인데 당신은 어쩌 그리 쉽게 나를 버렸을까

그래 이해를 못하는 게 아니어서 더 속상하고 그대가 더 그립다


정말 얼마나 절절히 그리워했었는데 막상 이 땅에 돌아와 만날 수 없는 당신이라니.

우리가 함께했던 그 시간들이 너무 절절했던 때문일까

아님 당신의 그 무조건적인 추종감때문이었을까

짧지않은 세월이었고 무게가 남달랐던 나눔이었는데 이제 당신은 내 인생속에 없구나


아직 당신과의 이 헤어짐에 대해선 제대로 곱씹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내적으로 피하고 싶었기도 했겠고 정말 사는 게 힘든 이유도 있었겠지


십년이 훨 넘는 세월동안 그 남자와 당신은 내 인생에 거의 동급이었다

그 남자에겐 당신이 또다른 나이기도 했었는데

리즈도 보고싶고 마유미도 보고싶다도 말하면서

정작 당신이 정말 보고싶다는 말은 못하고 살았다

물론 리즈나 마유미는 나를 버리지 않았지만 당신이 나를 버렸기때문이겠지


이것 저것 정리하는 중 내가 당신을 위해 켰던 그 촛불사진을 봤어

2003년 2월 19일 홍콩에서의 그 사진들

내가 한국을 떠난 후 당신이 처음 내 공간에 왔던 그 때였지

독일에서도 더블린에서도 상해에서도 정말 간절히 당신이 오길 기다렸는데

당신은 홍콩에 처음으로 왔었지


혼자 늙어가는 걸 두려워하던 당신에게 원하면 안락사가 가능한 스위스에 데려가 원하는 데로 해주겠단 약속도 했더랬는데

다 부질없이 되어버렸네

그걸 지켜줄 수 없었기때문은 아니었을텐데 우린 어쩌다 여기까지 온걸까


그래 늘 당신을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감정이 많이 흘러내린 오늘 같은 날은 당신이 그립다

말했듯이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나눈 그 절절한 세월도 역시 없어지는 건 아니라서.


몇주전 부터 인터넷으로 사주공부를 시작했어

너무 어려워서 계속할 지 자신은 없지만 만약 조금이라도 이해하게된다면 나는 당신과의 그 인연의 고리도 받아들이게 될까

이런 저런 모든 생각을 떠나 오늘은 그냥 당신이 많이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