史野 2014. 12. 6. 20:16

사야 요즘 너무 힘들고 여러가지로 최악인데 시어머니는 멀쩡하셔서 오늘도 전화를 하셨네.

대강절이 시작되었는데 넌 잘 지내냐고 도대체 독일은 언제오는 거냐고 사야가 알던 그 시어머니가 되어 재잘재잘(?)

아 젠장 술도 안마셨는데 왜 갑자기 울컥하며 눈물이 쏟아지던 지.

들키지 않으려고 사야 역시 재잘재잘


세월이라는 게 참 무서운 건 우리가 못 본 지 칠년이다만 처음 만난 게 92년이니 짧은 세월은 결코아니니까.

거기다 그땐 한국식으로 환갑, 쌩쌩했던 그녀는 이제 여든이 넘은 할머니.

크리스마스준비 잘되가냐니 왠수땡이 시누이가 많이 준비해봤자 살찌기밖에 더하겠냐며 말리더라나.

근데 그거 걔 이십년동안 하는 레파토리거든? 라는 사야말에 맞다며 어쩌고 저쩌고 둘이 또 한바탕 웃고..

날씨얘기 마당이야기 우린 왜그리 할 이야기가 많은 지.


그래 그런데 그녀는 무슨 옆집오는 것처럼 또 언제 올거냐고 묻는다.

이건 사야가 독일갔을 때 네살박이 조카가 꼭 사야가 종로에 나갔던 것처럼 고모 언제와요? 물었던 그 느낌과 비슷하다.

아니 어른인데다 넘 멀쩡한 울 시어머니는 여행비를 대겠다시고 전남편핑계엔 본인이 이야길 해보겠다시네.


그립다

사야의 시엄마 아니 엄마

오늘도 그러더만 사야가 무슨 말만 하면 넌 어쩌면 그렇게 스마트해서 모든 상황을 다 생각하고 말을 하냐고 말해주는 그 엄마

넌 모든 게 명쾌하다고 말해주는 그 엄마의 기억속의 사야도 그립다.

절에 다니고 싶다니 다니면 되지 뭐가 문제냐던 그녀는 오늘 교회도 안가는데 대강절이 뭔 의미냐는 사야에게 아 그건 듣던 중 가장 슬픈 이야기인데? 라고 말한다.


멀쩡하다지만 멀쩡하지 않은 그녀랑 통화를 그것도 요즘처럼 자주하면 사야는 정말 그리움에 목이 멘다.

내 엄마는 백킬로도 안되는 곳에 있는 데 팔천킬로도 더 떨어진 곳에 있는 시엄마가 그리워 눈물이 난다.

여긴 아침 열시인데 거긴 몇시니? 여기 저녁 여섯시야

아 그래? 우린 정말 이렇게 멀리있는 거구나..


사야는 안다

말로야 개맡길 곳도 알아보고 상황을 따져보겠다고 말했지만 그녀의 살아생전 그 곳을 가지 않을 거라는 걸

그녀가 다시 괜찮아져서 사야도 기억하고 사야의 번호도 기억하는 건 반갑기도 슬프기도 하다.


아 엄마

아가 이제 집에 왔으니 괜찮다. 다 괜찮아질거야,라고 말하며 안아주던 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