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한파 그리고 눈

史野 2014. 12. 3. 23:54

 

 

드디어 사야가 열광하는 겨울이다

몸은 얼어버릴 듯 온 세포가 정지한듯한데 머리만 명징하게 반응하는 이 한국의 추위

정말 너무나 춥다

요즘은 보일러를 매일 두세시간씩 돌리는데도 오늘 아침 침실기온은 13.6도..

그래도 바깥이 영하 7도 체감온도 11도 뭐 이러면 상대적으로 따뜻하게 느껴지기에 차라리 추운게 더 낫다

영하가 아닌 영상칠도인데도 집안이 추우면 그게 더 서럽다 ㅎㅎ

첫 추위가 찾아왔던 그제밤 새깽이들 다델구 밖에 잠시 나갔다 들어왔는데 집안에 느껴지던 그 따뜻한 온기란, 천국이 따로 없더라.

그 순간 활활 타고있던 난로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그 무엇이었다

 

사야가 한국의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는 투명한 하늘아래 부는 칼바람때문이기도 하지만 눈때문이기도하다

늘 눈이 미친듯이 좋았는데 눈이 별로없는 나라에서 살다보니 눈은 그저 그리움이 되었더랬다

그리고 눈은 여전히 고프다

 

근데 오늘새벽 사야가 나가야하는 하필 오늘 그리도 원하던 함박눈이 쏟아져내렸고 사야는 발이 묶여버렸네

이번엔 바리가 아파서 병원에 가야하는데 하루종일 밖만 바라보다 그래 이렇게 그 하루가 가버렸다

다행히 씽이처럼 발이 너덜너덜해진 건 아니지만 아무리봐도 아픈건 맞는데 병원에도 못 데려가고 말이다

 

그래서 말하자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이 반갑지않았단 얘기랄까

젠장할 울 불쌍한 바리는 주인 잘못만나 병원도 못가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하고..

 

근데 눈때문에 하루종일 병원못가며 애면글면하다보니 바리가 뚱뚱해진 것도 지금 사야가 이러고 있는 것도 누구 잘못도 아니더라

그냥 살아진거더라

그러니까 어쩌면 덜 화내고 덜 억울해하고 덜 자책했어도 되었던 거더라

왜 이 모든 깨달음들은 늘 이리 늦게오는거냐

아님 늘 술취한 뒤에야 오는 건가 ㅎㅎ

글고 왜 젠장할 무슨 전당포도 아니고 늘 뭔가와 바꿔야만 되는거냐

 

울 새끼들이 사야에게 받는 사랑만큼만 사야가 받았더라면..

슬프게도 대신 죽어줄 수야 없다만 이렇게 짠하고 애잔하고 안쓰럽고 아 또 무슨 말 없나

사야인생에서 이런 생명체들을 만나게 될 줄이야

 

그래서 내일은 눈이 안 왔으면 좋겠다

울 바리를 내일은 꼭 병원에 데려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