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비오는 금요일

史野 2014. 11. 28. 15:29

 

그 좋아하는 비가 내리는데 무진장 외롭고 쓸쓸하다

새벽에 천창을 미친듯이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씽이를 꼭 껴안았다

그 비를 맞으며 얼마나 무섭고 춥고 또 아팠을까 품에 무사히 있다는게 새삼스레 감사해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한동안은 비만 내리면 쏟아지는 비를보며 씽이를 기다리던 그 막막함이 생각날 것 같다.

왠지 사야도 그 비를 맞고있는 기분..

 

어제는 여기서 그리 자판을 두드린걸로 모잘라 아니 넘 외롭고 쓸쓸해져서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술에 만땅 취해 그 시간에 시어머니밖에 생각나는 사람이 없더라

아니 시간이 정지된 듯한 곳이 그곳밖에 없다는게 더 적확한 표현이겠다

어제도 시어머니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을 그 거실에 사야랑도 친했던 친구분과 계셨다.

외눈이신 분인데 나머지눈도 안좋아져 실명을 걱정하고 계신단다 시어머니보다도 젊으시고 책읽는 것 공부하는 걸 무지 좋아하는 분인데 우울하다.

 

요즘 이 곳 날씨는 뮌스터랑 넘 비슷해서 어머님이 내다보실 분위기랑 별반 다르지않다

아니 어찌보면 이 곳이 더 쓸쓸한 풍경일 지도 모르겠다

이런 날 기차를 타고갈 수 있는 곳에 그녀가 살고있어 함께 포도주마시며 우리가 늘 그랬듯 끝도없이 수다를 떨 수 있다면..

오늘은 이상하게 독일어로 수다가 떨고싶다

아니 안야를 만나 음식레시피를 주고받고 싶은 건 아니니 그게 꼭 독일어여야하는 건 아니겠구나

리즈도 보고싶고 마유미도 보고싶고 기젤라는 살아있을까

 

아직 한끼도 안먹었는데 벌써 맥주가 땡긴다

아까 분명히 응급차가 사이렌을 올리며 올라갔는데 내려오질 않는다

이 조용한 동네에 무슨 일이 생긴걸까

 

더 스산해지기전에 오늘은 일찌감치 불부터 피워야겠다

근데 오늘은 따스한 불보다 따스한 누군가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