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새로운 욕망

史野 2014. 11. 22. 22:58

황당하고 신기하게도 차가 사고 싶어졌다.

지난 토요일 첫 운전연수를 하며 강사님의 차를 모는 데 SM5 올 봄 뽑은거라던데 완전 운전초보인 사야에게도 뭔가 느낌이 확 다른거다.

사야야 당장 운전이 급해서 다음 날부터는 자차로 했는 데 차는 흔들흔들 승차감 제로에 그걸 뭐라는 지 모르겠다만 신호등앞에서 기다리다 출발할때의 그 느낌도 그렇고 달라도 너무 다르더라는 것.


정말 살면서 운전도 안했지만 차에는 관심도 없고 면허가 없고 운전을 못하는 게 창피해 본 적은 있어도 좋은 차를 사고 갖고싶단 욕망은 없었기에 스스로도 참 신기하고 낯선 욕망이다.


물론 한국에 돌아와 운전연수 학원을 다니며 어떤 차를 사야할 까 유심히 보고 다닐 때 눈에 확 들며 ' 아 저 차다' 하는 차가 있었는데 유감스럽게도 혹은 신기하게도 그게 하필 폭스바겐 골프였다.

그땐 차가 아니라 독일이란 의미가 지금보다 훨씬 남달랐던 때라 하필 그 차가 눈에 띄었다는 걸 시어머니랑 통화하며 웃기도 하고 장난삼아 그걸 사야차라고 지정하기도 했었다.


근데 이젠 그런 의미가 아니라 진짜 간절히 좋은 차가 타고 싶다.

연수 열시간 중 두시간 밖에 타지 않았고 사야는 지금 사야차로 씽이랑 병원에 다니고 있는 데 꼭 첫사랑 첫정 뭐 그런 것처럼 그 차의 그 부드러움과 자연스러움 뭐 그런 것들이 잊혀지지가 않아 정말 신기하다.


옷도 가방도 집도 열망해본 적이 없는 데 육년만에 겨우 일주일 운전한 주제에 이리 강렬한 차에의 욕망이라니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던 사야에겐 획기적이고 반가운 일임에는 분명하다.

어쨌든 다른 어떤 것도 아니고 사야가 좋은 차를 이리 간절히 원하게 될 지는 몰랐다.


이 힘든 인생이 조금은 무난하기를 그리고 간신히 먹고 살 수 있기를 바라던 인생에서 근사한 차라?

아 도대체 무슨 일을 해야하는 거지? ㅎㅎ


사야는 사실 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우천운전을 해봤다.

거창하게 이야기해서 운전이야 나만 잘해야하는 것도 아닌데다 여긴 화물차며 레미콘이며 언덕이며 운전미숙도 미숙이다만 타이어도 교체해야한다던데 나름은 목숨걸고 나갔다가 그냥 싱겁게 돌아왔다.

이차선 도로 그것도 커브길에서 오미터는 되어보이는 트레일러차량을 마주하는 건 여전히 가슴떨리는 일이다만 사야는 어쨌든 다시 운전하는 사람이 되었다.


다시 운전을 하게 되면 무지 신날 줄 알았는 데 감흥은 전혀없고 좋은 차를 타고 싶다는 이 욕망이 그저 낯설고 신기하다.

근데 그 욕망을 이루어야겠다

그리고 그 욕망을 이루려면 뭘 해야하는 지도 구체적으로 고민해봐야겠다


욕망하는 뭔가가 있다니

그리고 그게 차라니

사야에게 늘 삶은 생뚱맞다만

그 욕망 참 생뚱맞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