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박팔일의 고통
사야가 우려했던대로 울 씽이가 결국 올무에 걸렸다가 그 고통의 시간을 다 이겨내고 살아서 돌아왔다
기적같은 일이다
그러니까 그 비를 다맞고 배고픔과 추위를 견디며 무엇보다 얼마나 아프고 또 무서웠을까
사야에게도 지옥같은 시간이었는데 울 씽이는 아마 열배는 더 고통스러웠을거다.
뒷발 왼쪽발가락이 걸렸는데 이미 마디하나는 떨어져나갔고 뼈가 다 드러나있는 상태라 경과를 지켜보다 발가락하나를 절단해야할 수도 있단다.
새살이 잘 돋아나는게 관건인데 지금은 장담할 수 없는 상태
처음엔 너무 겁나고 무서웠는데 이젠 그래도 더 크게 안다치고 살아돌아온거에 감사하고 있다
사야가 이뻐라하는 울 씽이 저 동그란 엉덩이가 반쪽이 되어 넘 가슴이 아팠다만 그나마 축적된 지방이 많아 버텨낸 것 같다
절대 그럴리가 없다고 무사히 올거라고 끊임없이 자기체면을 걸면서도 순간순간 찾아오는 무서운 상상에 얼마나 울었는 지 모른다
누구는 위로한다고 개는 개일뿐이라던데 이번에도 절실히 느꼈지만 그냥 가족이다 사야의 소중한 가족
씽이가 내겐 언니보다 소중해, 하니 울큰언니 고맙게도 당연하지, 하던데
그렇다 어쩌다 만나는 울 언니들보다 매일 사야옆에서 사야와 교감하는 울 새깽이들이 사야에겐 가장 소중한 가족이다
사실 네 놈중에 씽이가 가장 듬직하긴 하지만 어떤 다른 놈들에게 사고가 났어도 고통의 무게는 같았을거다
어쨌든 이 황당한 놈들은 분명히 사고지점을 알고있었을텐데 하루는 나가면 이 산으로 하루는 저 산으로 그저 신나서 난리들이 아니더라
혹시 하는 마음에 아끼를 붙들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가서 옆에라도 좀 있어주라고 내보낸 적도 있는데 매일 나갔던 울 호박이랑 아끼는 씽이에게 간 적이 과연 있었을까
며칠 같이 산을 헤매다니다보니 정말 얼마나들 행복해하는 지 저런 놈들을 이년 가까이 집안에 가두고 살았다는게 끔찍할 정도다
일년 열두달 집안에서 이불뒤집어쓰고 하루종일 잠만자던 울 호박이가 우사인볼트보다 아니 아끼보다도 빠르더라
오늘도 아끼 호박이는 나가고 싶어 난리다
씽이사고를 생각하면 차마 못 풀겠고 저 놈들을 생각하면 풀어야겠고 울 새끼들도 사야도 행복할 어떤 해결책이 없을까
자식을 키우는 것도 비슷하겠지?
무조건 원하는대로 다 해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 막을 수도 없고 속으론 피를 뚝뚝 흘려도 견뎌야하는 것처럼?
우짜든둥 씽이랑 눈을 마주칠 수 있으니 살 것같다
그리고 그 힘든 시간을 버티고 와준 저 놈이 너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