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비가 저주스러운 날이다

史野 2014. 10. 31. 21:36

 

하모니님이 다녀가셨다

먹고 힘내라고 고기도 사오시고 맛있는 원두도 가져오시고 설겆이도 다 해주시고 깜깜해질 때까지 계시다가 무거운 발걸음을 떼며 가셨다

 

하모니님이 아니었다면 빗속을 미친년처럼 돌아다녔을 지도 모르는데 어쨌든 하루종일 이런저런이야길하며 멀쩡히 앉아 버텼다

 

새벽부터 내리던 비는 오후부터는 아주 쏟아붓기 시작한다

낮에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또 밤이 되니 미칠 것같다

 

내 새끼 어디 올무에라도 걸려 비맞고있는 거면 어떡하니

덩치만 산만하지 엄청 겁많은 놈인데 정말 이틀을 꼬박 굶고 혼자 오도가도 못하는 거면 어떡하니

 

하루도 끔찍했는데 이틀이 넘어갔다

간절히 아주 간절히 인생이 더이상은 잔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울 씽이만은 무사히 돌려보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