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양의 테러
울 호박양께서는 심각한 변비가 있으신데 그게 지도 어쩔 수 없는 건 지 자발적인 건 지 사야는 모르겠다 ㅜ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이되면 뱅글뱅글돌며 소리소리를 지른다
보는 사람이 안쓰러울 지경인데 이게 언젠가부터는 집안에서도 가끔 그러더라는 것.
혼내고 얼르고 빌고 싸우고..ㅜㅜ
지가 무슨 괭이도 아니고 물을 엄청 싫어하는데다 담양집 마당은 돌밭이었는데 깨금발로 잽싸게 볼 일만 보고 들어오는 공주님
여기와서는 좀 나아졌길래 확실히 마당탓이라 생각하고 걱정을 덜했다
월화 이틀이나 비가 내려서 또 꼼짝을 안하길래 강제로 데리고 나가도보고 안 들여줘도 보고 별 짓을 다했는데도 비명소리를 못들었다
어제는 비도 안왔고 마당에 나가있는 시간이 많았기에 당연히 볼일을 본줄 알았다
일요일 볼일보고 삼일째인데 설마?
그런데말이다
오늘 아침 자고있는데 침대에서 나는 그 익숙한 비명소리.
아 어떡해
이불보 바꾼지 몇일 되지도 않는데 하필 하얀색인데 거기다 이번엔 춥다고 침대매트도 좀 두꺼운 걸로 깔았는데..ㅜㅜ
도대체 왜 애기때도 안하던 짓을하는 건지 저 속이 궁금해 미치겠다
의사샘말로는 병은 아니고 성격인 것 같다시니 더 막막하다.
지혼냈다고 아침도 안먹은 주제에 맨바닥도 싫어하는 지지바가 은근슬쩍 사야발에 엉덩이붙이고 눕는다
넘 얄미운데도 또 짠하고 안쓰럽고..
자식을 키우는 것도 이런 기분일까 아님 말못하는 놈들이라 더 그런걸까
날씨가 워낙좋아 이불도 햇볕에 말리고 빠는 김에 세탁기 한판 더 돌리고 분주한 하루였다
마침 오늘 빨아넌 것들도 말랐기에 다른 이불보를 씌우려던 생각을 바꿔 그대로 다시 씌웠다
울 호박양덕분에 고온삶음에 막 햇볕에 말린 이불속에서 자게 생겼다
아무래도 일이주 서랍에 있던 것보단 상큼하겠지? ㅎㅎ
그래 사고는쳐도 좋으니 제발 아프지만마라, 란 마음
요며칠 이렇게라도 버틴다는게 참 감사한 마음이었는데 그건 울 새깽이들 덕분이다
여전히 아슬아슬하다만 그래도 딱 지금만큼만의 평온이 유지될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자다깨도 시계 한번 보고 다시 잠들고, 일어나야하는데 하면서도 따뜻한 이불속에서 새깽이들 껴안고 뒹굴고 그럴 수 있는 무덤덤함
오늘은 사실 사야의 결혼기념일이다
그게 뭔 의미가 있겠냐만 그래도 잊혀지지않는 날이기도하다
이번에 온 동생놈 00형이 누나 지금 이러고 있는 거 알면 무지 마음아파하겠다, 고 하던데
아니다 그 남자는 사야가 지금 이 곳에서 이렇게 잘 버티고 있는 걸 알면 무지 자랑스러워할거다
그 남자와 살았던 사야인생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리고 그 남자는 도저히 못 견디겠다며 한국을 떠났다가 역시 도저히 못 견디겠다며 한국으로 돌아온 사야를 이젠 제대로 이해해 줄 것 같다
왜 그렇게 피흘리며 결혼했고 또 그렇게 피흘리며 이혼했는 지도..
호박양 테러가 멀리도 왔다
어쨌든 생각하면 눈물나게 애뜻한 사람이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그래 어쩌면 사야가 이 시간을 견뎌내는 건 우리의 시간속에서 그 남자가 사야에게 주었던 그 무한신뢰, 그 기억때문인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