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 놈들
미치도록 우울했던 어제 저녁 쯤 고기공놈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런 저런 이야길 하다가 뜬금없이 ' 언니 그럼 내일 잠깐이라도 갈까요?' ' 회사안가니?'
휴일인 지를 몰랐던 사야. 정말 너무나도 반가운 제안이었다
대한민국 공휴일이 이 백수에게도 도움이 되는구나 ㅎㅎ
안그래도 여기 다녀간 이후로 주말마다 출장에 쉬어빠진 목소리로 콜록되는데도 괜찮다는 말이 안 나오더라
장도 봐야하고 간절히 누군가가 필요했었다
역시나 간절히 필요할 때 뭔가 채워지는 이 우연이 신기하다
근데 이 놈 오늘 이건 아는 동생이 아니라 친청엄마처럼 김치에 마늘, 고추장아찌 매실청까지 싸들고 나타났네
마당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결국 저 놈들 덕에 육년만에 핸들앞에도 앉았다
사야가 운전을 얼마나 잘(?) 했었는 지는 고기공놈이 증인인데 오늘 그 놈의 교육아래 엄청 헤맸다
무의식적으로 핸들을 풀거나 하는 몸이 기억하는 반응에는 스스로도 놀랐다만 막상 운전을 자연스레 하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할 듯 싶다
운전연습 끝나고 마트에서 전쟁났을 법한 장도 보고 사온 회를 먹으며 재밌게도 '비긴 어게인'을 또 봤다
셋다 본 영화다보니 자막없이 틀었는데 역시 셋다 나름은 영어가 되는 사람들임에도 불구 꼭 처음보는 사림들처럼 집중하게 되는 데 다 웃었다
아 저 고기공놈
한국에 돌아와 저 놈이 없었으면 어땠을까싶다
이건 당시 만 서른 이었던 사야가 열 아홉이었던 놈을 친구로 받아들였던 댓가라고 생각해도 되는 거지?
늘 주고만사는 인생일줄 알았는데 저 남편놈에게도 그렇고 여러곳에서 참 따뜻하게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