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 그 영화를 보고나니
사야가 좋아라하는 영화 '원스'의 감독이 새로 음악영화를 만들었다길래 보고싶었다만 이런 저런 상황상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지난 번 씨디플레이어가 망가져 티비에서 음악을 찾은 후 신기해서 이것 저것 둘러보다보니 극장동시상영관이라는 것이 있고 거기 그 영화가 있더라는 것.
변호인 이후 얼마만에 간절히 보고싶은 영화였는데 결국 집에서 봤다.
조명꺼놓고 사운드 빵빵하게 틀어놓고 집에서 영화를 본 건 또 얼마만인 지.
너무 기대를 했기때문이었는 지 영화는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물론 더블린의 거리를 헤매던 원스에 사야의 개인적 감정이 들어가서였을 수도 있겠다만 음악도 스토리도 원스에는 못 미쳐 실망
거기다 이젠 영어가 예전처럼 들리지 않는다
영어를 안 쓰고 산지도 칠년이 넘어가고 초반엔 듣던 BBC뉴스도 안듣고 영어텍스트도 거의 접하지 않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도 중고등학교 6년간 단하루도 사전을 놓은 적이 없고 학원에 다니지 않았어도 듣기나 회화가 가능했던 사야에겐 서글픈 일이다.
제임스 조이스의 연극을 다 이해할 수준은 아니었더라도 런던의 고급호텔 총지배인과 조목조목 따지며 통화를 하고 아이뤼시타임즈 기자였던 옆집아저씨와도 몇 시간은 거뜬히 시사토론을 할 수 있었는 데 말이다.
독일어가 섞이긴 했지만 리즈와 나눴던 그 많은 이야기들은 또 어디로..
세상에 그러고보니 리즈는 잘 살까 몇 년전 서울에 왔던 기도가 소식을 전해주긴 했다만 사야는 오십대 후반일 그녀의 모습이 상상이 안간다.
육십이 되면 피아노를 배울거라던 그녀. 팔십까지는 살테니니 이십년 치면 뭐 안되겠니? 묻던 그녀가 갑자기 생각난다.
이야기는 삼천포로 빠졌고ㅎㅎ
영화가 근사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여전히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사는 사람들을 보는 건 따뜻한 일이다만 사야는 그 오랜 시간 무슨 뻘짓을 한 걸까.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언어를 습득했고 그 곳이 내 집이란 느낌을 갖기위해 역시 죽을만큼 노력했다
그리고 거긴 실제로 사야의 집이었다. 독일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일년간 잠시 머무를 것 같았던 더블린의 아파트를 떠나 또 다른 아파트로 이사했을 때부터 상해 홍콩 도쿄의 아파트까지 그냥 그 곳이 사야에겐 집이었다.
상해시절 한국에 왔다 여권을 잃어버렸을 때 ' 아 난 여권이 없으면 집에도 못 가는 구나' 했던 그 집
돌아와보니 알겠다 그 잃어버린 시간이 얼마나 큰 지를
그 잃어버린 시간동안 사야도 나름 피터지게 노력했는 데 이 곳에서 서로 공감할 이야기가 아니더라.
그러니까 사야는 그 곳에서 나오지 말았어야하는 데 꼭 나왔어야하는 이율배반적인 이야기랄까.
이런 느낌 참 오랫만이다
격의없이 주고받던 그 밤들이 간절이 그립다
그리고 뜬금없다만 사야가 떠난 후 나왔다는 가수들을 따라잡는 것도 벅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