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결정
뗄레야 뗄 수 없는 두 가지 결정을 내렸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이 집에서 새깽이들을 데리고 살기로 결정했다
새끼들을 데리고 살 생각을 해버리니 집문제는 자동.
이 많은 놈들을 끌고 어디를 가겠냐
모든것이 막막하기만 했는데 일단 두 가지가 결정되고 나니 좀 덜 복잡하다
처음에 들을땐 네마리인것도 알고 울강쥐들도 잘키워준다고 했다기에 아무 걱정안했고 보내야할 상황이되면 어쩌나 볼때마다 가슴만 아팠다
근데 이번에 막상 만나보니 전혀 아닌거다 데려가게되면 방치밖에 더 하겠냐는 협박성 발언까지 하더라
새깽이들을 책임질 상황이 아닌지라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사실 다짜고짜 찾아와 난리를 친것보다 사야에겐 그게 더 충격이었다
거기다 어찌나 깐족대던지 사야도 열이받아 결국 오늘 다 보내기로 했는데 이런저런 말들을 안듣고 얼굴도 안봤다면 모를까 막상 보낼 생각을하니 미치고 팔짝 뛰겠더라
오지랖인줄 안다만 이왕 만나는거 마음이 따뚯한 사람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고르디우스의 매듭 어쩌고 거창하게 이야기했다만 정말 어제 순간적으로 뭘 그리 살떨리게 고민하고 있니 그냥 니가 키우면되지, 라는 내면의 소리가 들리더라
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고민했지 키워야겠다란 생각은 못해봤다
자식같다며 왜 스스로 책임질 생각은 못했던건지
여기서 혼자 산다는 건 상상불가라고만 생각했는데 어차피 어디서도 혼자 못산다면 그냥 울 새깽이들과 오손도손 살아볼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전도하러왔던 여호와증인 아주머니까지 이런데서 어찌사냐며 전도도 까먹고 난리부르스던데 이러니저러니해도 그런 곳에서 사야는 벌써 삼주가 넘게 버티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못하는 치명적인 연약함이 있긴하지만 고요함과 외로움을 버티는건 보통사람 이상이니 우습긴해도 내새끼들을 지켜야겠단 일념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말이다.
고민만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겨울을 나려면 더 추워지기전에 장작도 사야하고 진짜 이 악물고 운전도 다시 시작해야겠고 뭐 이런다고 당장 새사람이 되는 건 아니겠다만 구체적인 목표들을 세울 수 있다는 건 우짜든둥 좋은 일이다.
사실 사야는 남친보다 딸기농사에 미련이 더 많아 다른 곳에가 일용직으로 일해볼까하는 생각도있었는데 그 미련도 접는다
이젠 이 여주에서 개자식들 네 마리랑 새 판을 짜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