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근거없는 희망
史野
2014. 9. 16. 23:59
오늘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오늘도 저만큼 햇살이 좋았다
빨래를 하진 않았지만 오늘은 그냥 쓰던 이불을 햇살에 말리고 거실을 오랫만에 대걸레로도 밀었다
사람들은 자꾸 사야에게 뭔가를 하라고 그래야 이 상황을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지만 아니다
사야는 뭔가를 행함으로 이겨낼 수 있는 게 아니라 받아들여야 이겨낼 수 있는 문제다
그제 술먹고 토하고 어젠 술마저 안 받아 미치고 팔짝뛰었는데 생각외로 한시간에 한번씩 깨면서도 무사히 아침을 맞았다
사야가 만일 어제처럼 자다깨다를 반복하면서도 앞으로 멀쩡할 수 있다면 당신들이 충고하는 삶보다 더 멋지고 근사하게 살아낼 자신이 있다니까
물론 그 삶이라는 게 사야에겐 당근 남들이 평가하는 삶이 아닌 온전한 나만의 삶이겠지만 말이다
정말 아무것도 필요없다
그저 살고 싶을 뿐
어쨌든 놀라운 경험이다
만약 사야가 오늘 밤도 무사히 지낸다면 내일부터는 진짜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달리기라도 해보고싶다
그래 만약이다만 사야가 여기서 혼자 원하는 시간만큼 버틸 수 있다면 사야가 그동안 고통받았던 그 모든 것에서 자유로와 질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이 모든게 나이가 들었기때문이라면 진짜 다행이다 그럼 더 나이가 들어갈 수록 나아질거란 희망은 있는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