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간같은 고요
방치를 해두어서 마당도 집안도 엉망인데 아무 의욕이 생기질 않는다
집은 그나마 손님이 온다고 대충 정리라도했지만 마당은 거의 황무지수준
오늘같이 해가 안나는 날 일을 하면 좋은데 또 마당에 나가기가 싫다
사야네 손님에 이웃집까지 주말내내 북적이던 이 곳은 새소리 벌레소리만 가득하다
어쩌면 당분간은 손님이 안오는게 도움이될 지도 모르겠다
대낮부터 술을 마실 수도 없고 이 기사 저 기사 읽으며 맘정리를 하고 있는데 어찌알고 부산 출장중인 고기공놈이 전화를 했네
사실 사야상황을 고기공놈 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는지라 체면불구 하소연을 한바탕 늘어놨다
그 놈 요즘 몸도 안좋은데 여주오던 날도 영문도 모른체 득달같이 달려오게 만들고 정말 많이 미안하고 고맙다
물론 이젠 싱글이 아니니 사야가 그 놈을 필요로 할때마다 외박을 해야하는데도 덥석 마누라를 내주는 그 남편놈도 고맙다
오늘 고기공놈과도 이야기했지만 사야가 입원했었던 독일병원처럼 사복입고 생활하고 외출은 늘 가능하고 면회도 아무때나 가능하고 심지어 주말엔 외박도 가능한 정신병원이 있다면 얼마라도 들어갔다 나왔스면 좋겠다
장기적인 해결책이야 당근 아니다만 그래도 지금은 좀 도움이되지 않을까
드라마같은 걸 보면 찜질방에서 사는 사람들도 있던데 일단 서울로 올라가 잠시 그렇게 지내볼 수도 있을까
여기온 지 이주가 넘어가니 이젠 정말 사야가 처한 이 현실이 절절히 이해가되고 이렇게 넋놓고 있는게 아니라 뭔가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야하는데 생각만 많을 뿐 뭘 어찌해야 좋은 지 모르겠다
이렇게될 줄 알고 그런건 아니지만 남친에게 차도 돌려받았는데 오년넘게 운전을 안했던지라 운전도 공포스럽다
친구놈은 운전은 자전거처럼 한번 배우면 잊는게 아니니 걱정말라지만 자전거도 배우자마자 대형사고가 나 아직도 왼팔은 사고후유증을 앓고있는데다 그후론 타본적도 없는데..
치과에도 가야하고 할 일은 태산같은데 또 하루가 이렇게간다
그래도 내일은 어떤 날일지 여전히 궁금하고 내일은 오늘보단 나은 날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