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내 몬산다

史野 2014. 9. 12. 21:04

 

저 놈의 지지바 정말 너무도 이쁜 지지바

 

결혼하고나서 독일가자마자 만났으니 이십년이 넘었네

독일에서 같이 산 세월은 겨우 사년

거기다 요즘은 이런 저런 이유로 전화통하는 커녕 얼굴 한번 안보고 지냈었는데..

 

추석전 우연한 통화로 사야가 여주에 있다는 걸 알게되었고 오늘 또 전화를 했더라

목소리가 왜 그 모냥이냐길래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몇번 끊어봐 어쩌고 하더니 집앞에서 문열라고 소리치네

맛있는 포도주 한병들고 기습방문중이었단다

마침 사야는 포도주도 떨어지고 담배도 떨어져가는 중이었는데 중간 전화로 센스있게 담배까지 사가지고 입성

 

아 왠수 진짜 오늘 술도 담배도 필요했었는데 천사도 아니고 친구가 나타나 딱 떨궈주고 세시간 반쯤 머무르다 사라졌다

 

서울도 아니고 옆집은 더구나 아닌데 마포에 사는 찬구가 미리 연락도 없이 여주에와 딱 필요한 물건을 건네주고가는 이 절묘한 현실이라니..

그냥 깜짝 놀래켜주고 싶었다네 아 진짜 미워할 수 없는 이쁜 가시내

이래서 간절히 한국에 살고싶었나보다

 

아무리 그지같고 사야가 느끼는 이 상황이 얼척없긴해도 한국에 돌아온 걸 후회한 적은 없는 데 그리 피흘리며 돌아온 이 나라에서 사야는 또 설 자리가 없더라

그러다 생각해보니 사야에겐 독일영주권이 있더라는 것

 

남편도 버리고 떠나온 마당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우습긴 하다만 이 나라는 그게 어떠냐고 가능하다면 떠나라구자꾸 등을 떠민다

 

혼자인게 힘들어 왔는데 여전히 혼자고 아직까지는 아니지만 혹여 주변을 힘들게 할 일이 생긴다면 어쩌면 그것도 한 방법이지 않을까 싶기도하네

오늘 친구는 나쁜 방법은 아닌 것 같다는데 과연 그럴까

 

또 샜다

저 왠수땡이

전화통화하다 끊어봐하더니 문열라고 소리친 오늘 두고두고 못잊는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