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고맙고 아픈 존재들

史野 2014. 9. 11. 23:29

 

살면서 개들에게 이리 의지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물론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저 놈들 맘까지 아프게하며 살게 될 줄은 더 상상도 못했다만.

 

다행히 네 놈들이 다 남친보다는 사야를 좋아해서

다행히 남친집보다는 이 곳이 더 나은 환경이라서라고 자꾸 위로하지만 참 많이 미안하고 안쓰럽다

 

사야가 이 곳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에따라 또 헤어져야할 지도 모르고

이번엔 지난 번과 달리 편히 보러갈 수도 없는 상황인데..

 

바리빼고는 젖먹이때부터 키운데다 자식을 키워보지 못해서였는 지 콩알만한 놈이 저렇게 컸나 무슨 판검사부모가 된 것처럼 뿌듯한 순간도 많았다

 

남친과 사야가 견뎌낸 시간속엔 그런 유사부모역할도 엄청난 부분을 차지했었다

우린 그렇게 한 인간은 극도의 피해의식과 한 인간은 극도의 애정결핍으로 서로를 갉아먹으면서도 저놈들때문이란 명목으로 각자의 외로움에 면죄부를 주고 있었다

 

물론 남친과 그 집안이 사야에게 준 상처도 만만치않다만 사야쪽에서 아니 사야가 남친에게 휘둘렀던 언어폭력은 그 이상이었다

 

사야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폭력에 노출되어 살았다 그래 사야라도 여기 그 모든 걸 쓸 수는 없다만 아니 정신과샘에게도 다 이야기하지 못했다만

 

우짜든둥 그 오랜세월 나름 내 상처를 상대에게 투사하지 않겠다고 피토하도록 한 노력을 남친에겐 하지 못했다 아니 지쳐서라고 간절히 자기방어를 하고 싶다만 안했다는 게 맞다

 

아무리 남녀관계가 아니었더라도 수 도 없이 함께 살 수 없는 인간이라고 고민했으면서도

갈 곳이 없어서 혹은 먹고살 방법이 없어서 혹은 또 개들때문이란 핑계로

가끔은 심지어 모욕감까지 스스로 견뎌가며 옆에서 버틴주제에 억울하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사야가 우습다

 

가장 솔직히는 감히 남친이 사야를 배신할 수 있을까했던 오만함이다

여기서 물론 키워드는 '감히'다

 

아시다시피 작년 생일 전날 엄마랑 전화로 엄청나게 싸우고 그 엄마는 사야에게 단한번도 전화를 한 적이없다

해도 안 받을 생각이었는데 그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아니 너무 쿨하게도 오빠네집에 처음 보낸 딸기값을 큰언니통해 십만원 보냈더라

 

전남편은 죽어도아니라고 넌 니 엄마 안 닮았다고 우겼다만 아니 사야는 소름끼치도록 많이 닮았다

 

그래 저 고맙고 아픈 존재들엔 남친도 포함이다

우린 생각하는 게 넘 달라 기억조차도 공평히 나눌 수 없는 슬픈 사이가 되었다만 남친은 여러면에서 사야에게 눈물나게 고마운 사람이다

그래서 너무 믿었기에 이런 일도 생겼다

 

혼자라도 잘 살아보겠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사야가 간절히 원하는 말이다만 슬프게도 사야의 이 신경줄을 장담할 수 없다만

 

사야는 늘 그랬듯 그게 어떤 형태로든 이 삶을 최대한 끈질기게 살아내고싶다